시인이란 절대 자유를 누리려고 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런 자유는 현실에는 없다고 깨닫고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추구한다. 그런 상태를 깊이깊이 의식으로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나는 언어를 버리고 싶고 언어로부터의 해방을 절실히 희구하기 때문에 그나마 나는 시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또한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는 시인이다. 언어로부터의 해방은 의식으로부터의 해방이요, 절대 자유의 경지가 된다. 자유여 왜 너는 나에게로 오지 않는가. 그 탄식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자유여, 왜 너는 나에게로 오지 않는가.
나는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시인에게서 자유의 기운을 받는다.
김춘수의 에세이집 / 나는 왜 시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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