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요? 올해 서른 살이에요.”

1960~7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트로이카로 스크린을 누볐던 중견 영화배우 윤정희(62) 씨가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6)의 장편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영화제 참석차 고국을 찾았다.14일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린 PiFan심사위원단 기자회견장에서 윤씨를 만났다.

모시로 만든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난 윤씨는 왕년의 대스타답게 여전히 여배우로서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나이를 묻자 “올해 서른 살”이라며 미소로 받아넘긴다.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뜻일 것. “저는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보는데 심사위원 제의를 받으니까 처음에는 난감하더라고요.” “공포영화를 볼 때는 손으로 눈을 가려야 한다”는 윤씨는 심사위원을 맡게 된 이유로 PiFan2006 집행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의 인연과 자신에 대한 도전, 두 가지를 꼽았다.

“제가 신상옥 감독님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 당시 이 감독이 조연출로 일을 해 같이 많은 작품을 했어요. PiFan이 올해 1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이고 이 감독과의 인연도 있어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장르라고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번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피아니스트 백건우)도 꼭 해보라고 하더군요.”

윤씨는 “영화제에 와 보니 판타스틱영화가 꼭 공포영화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환상 등이 함께하는 판타스틱 영화를 앞으로는 꼭 찾아서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그는 심사위원으로서 나름의 심사기준도 갖고 있었다. “공포니, 멜로니 하는 장르적 기준이 아닌 영화의 완성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생각”이라는 것이 윤씨의 심사기준.

“저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너무 재미 있어요. 영화 속에서 살다가 영화밖에서 영화를 보고 평가하니까 얼마나 즐거운 지 몰라요. 카메라와 영화조명 속에서 평생을 산 사람이니까 다른 심사위원과는 영화를 심사하는데 있어 또 다른 면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출연 계획을 묻자 윤씨는 “현재 시나리오 두 편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두 편 모두 2년 반 동안 시나리오 수정작업이 진행 중인데 아직도 내맘에는 들지 않는다”면서 “캐서린 헵번처럼 나이 들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근황을 묻자 “남들 의식하지 않고 남편과 열심히 살고 있다”면서 “될 수 있으면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면서 밝게 웃었다. 윤씨는 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프랑스 파리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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