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는 않지만 볼링핀 쓰러지는 소리에 희열을 느낍니다.”

제2회 전국시각장애인체육대제전 볼링대회가 13일 연수구 연수동 이삭볼링장에서 열렸다.97명의 선수와 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오는 10월 열릴 아·태 장애인경기대회 국가대표 선수를 뽑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을 비롯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각지의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한, 그야말로 축제였다.

눈에 볼링공이나 핀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지만 비장애인 못지않은 실력을 마음껏 뽑냈다. 프로선수 처럼 기교나 스피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표 선수를 선출한다는데 진지함은 어느 대회 못지않았다.

선수들은 시력장애 정도에 따라 전맹이 B1, 약시는 B2·B3 등으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했다.일반 경기와 다른 점은 바로 선수들의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페이샤’들이 있다는 것. 사회복지사들과 도림고 학부모지도봉사단이 자원봉사를 통해 선수들이 안전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뿐이다.

교통사고로 실명한 인천대표 안재봉(44)씨는 볼링을 접하면서 자신감과 희망을 얻었다.안씨는 “볼링을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같이 담소도 나누며 다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볼링공이 핀에 부딪힐 때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기 인천시각장애협회장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볼링은 물론 수영, 축구, 사이클 등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 우승자는 남자부 약시에 김남훈(서울·49)씨, 남자부 전맹에 정기팔(대구·45)씨, 여자부 약시 강내영(서울·27)씨, 여자부 전맹 박희숙(대구·38)씨 등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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