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운하 건설반대 운동

1987년 여름 집중호우로 굴포천 일대 주민들이 심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에 굴포천 종합치수 대책이 수립되고, 89년 5월에는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경인운하 건설이 검토되기 시작한다. 굴포천 치수사업과 경인운하 건설의 연계 속에 건교부와 환경단체를 축으로 한 기나긴 공방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92년 12월 굴포천 종합치수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유량의 50%는 방수로를 건설해 인천앞바다로 보내고 나머지는 굴포천 본류로 흘려보내 한강으로 보내는 계획이었다. 건교부는 94년 4월 굴포천 치수계획을 변경, 방수로 폭을 40미터에서 80미터로 확장하여 홍수 전량을 인천앞바다로 방류시키기로 함으로서 경인운하 건설의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정부는 95년 경인운하를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지정하고 이듬해 경인운하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98년 3월에는 현대건설과 수자원공사 등 9개사가 참여하는 민관합동법인의 (주)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2000년 5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2001년 말까지 4차례 보완을 거듭한다.

인천과 서울지역 환경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운하에 대한 건교부의 경제성 검토가 터무니 없이 왜곡됐다며 반발했다. 또 경인운하가 더러운 한강물을 받아 3~14일 간 가두었다 방류함으로 인천앞바다가 더 심한 오염에 시달릴 것이라며 각종 환경 파괴를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경인운하가 2000년 9월 건교부에 정식으로 연말 착공을 위한 사업실시계획 승인신청을 내자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벌인다.

인천지역 환경, 시민단체들은 이해 9월5일 인천시청에서 ‘경인운하 건설반대 인천 시민단체 대책위’ 발족 성명서를 발표하고 각계 인사 169명의 반대 서명을 공개하며 경인운하 건설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인천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가톨릭환경연대, 녹색소비자연대, 인천시민연대 등 35개 단체가 참여했다.

(주)경인운하는 2001년 8월 경인운하 굴포천 구간 임시방수로 공사에 착수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정부가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중단했던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편법으로 재개한 것으로 보았다. 임시방수로 공사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11월12일 서울지역 ‘경인운하 걸설반대 시민공대위’와 함께 임시방수로 공사현장에 기습적으로 철골구조물을 설치하고 고공시위를 벌여 여론을 환기시켰다. 고공시위 23일이 지나 정부는 방수로 공사가 경인운하와 무관하다는 공식입장과 함께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위를 계기로 인천시민단체 대책위와 서울의 시민공대위는 조직을 합쳐 ‘경인운하 건설반대 수도권 공대위’를 구성한다. 폭 20미터의 방수로는 2002년 7월 완공됐다.

경인운하는 2003년 1월2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백지화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튿날 인수위는 백지화 보류를 발표했다. 건교부는 이해 2월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여전히 경제성 없다는 결론를 내렸고, 환경단체는 경인운하의 사업 타당성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건교부가 KDI에 압력을 가했다며 시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KDI 연구결과에서 경제성 평가가 전반적으로 비용은 축소되고 편익은 과대계상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운하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고 방수로사업은 조속히 시행, 운하사업과 방수로 사업을 분리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정부는 2003년 9월 표류하는 3대 국책사업 시행여부에 결론을 내리면서 운하사업 재개 여부는 국제용역 절차를 거쳐 경제성을 재검토한 후 이듬해 최종 결정키로했다.




2004년 들어 환경단체는 수자원공사가 폭 80미터로 방수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계획에 반발하며 공사중지를 요구했다. 이 사업이 정부가 재검토중인 경인운하 사업의 사전공사 성격이 짙고 홍수대책 효과도 의문시된다는 것이었다. 당초 방수로 공사가 인천앞바다와 한강으로 50%씩 나눠 방류할 계획이었는데 운하 사업을 위해 서해로 일괄 방류하기로 변경해 막대한 예산이 늘어났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경인운하 건설 및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2005년 4월 우원식 국회의원의 중재로 정부와 시민단체, 주민 등이 공동 참여하는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 협의회를 통해 경인운하 공사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협의회에는 경인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건교부와 주민대표측, 반대하는 환경부 및 시민단체측이 각각 6명씩 동수로 참여하고 경인운하 추진에 대한 의결은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으로 하는 등 세부적인 회의운영 규칙도 마련했다.

협의회의 합의로 중단됐던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5월 재개됐다. 계양구 귤현동 귤현보∼서구 경서동 서해 배수문까지 14.2km 구간의 굴포천 방수로 폭은 20m에서 40m로 확장됐다.

정부가 의뢰한 네덜란드 DHV 콘서시엄 용역결과,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2007년 초 공청회등을 통해 이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환경단체들을 비롯, 반대측은 2003년 감사원 감사결과 처럼 터무니 없이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올려 결과를 꿰맞춘 것이라며 반박했다. 경인운하는 협의회 재적인원 3분의 2의 찬성을 넘지 못해 시행되지 못한 채 오늘까지 표류하고 있다.

- 수인선 지상화 반대운동

2000년 10월 연수지역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연수구 시민단체 연대회의’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영남아파트부녀회 등 52개 단체는 ‘올바른 수인전철 건설을 위한 인천시민협의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수인선 지상화가 연수구를 남북으로 나누어 도시발전을 저해하고, 화물수송에 따른 소음 분진 등 환경, 생활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화물은 무연탄, 시멘트, 비료, 양곡, 유류 등 주로 인천항 물동량이었다. 협의회는 수인선 지상화 반대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하고 서명운동과 시민결의대회를 벌여나갔다. 협의회는 2001년 4월 목표를 명확히 하여 ‘수인선 지상건설 반대를 위한 인천시민협의회’로 명칭을 바꿨다.

협의회는 인천시의 분담금 통과 저지를 위해 단식 농성을 벌였다. 시의회는 이에대해 2001년 설계 분담예산 9억7천만원 전액을 삭감했고, 2002년에도 26억3천만원 중 24억9천만원을 삭감했다.

철도청은 2002년 수원~연수 구간은 지상화 및 고가로 시공하고, 연수 ~ 인천구간은 복층으로 건설해 지상은 화물열차, 지하는 여객열차를 운행하는 계획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연수구 통과 구간 5㎞ 미터 전체의 지하화를 요구했다.

2003년 4월 인천시와 철도청은 연수구 통과구간 중 연수 ~ 송도역 구간 중 일부는 터널형 박스를 설치하고 송도 ~ 인천역 구간은 전면 지하로 건설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화물열차는 송도역에서 분리돼 인천역까지 ‘지상 운행’하는 것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연수지역 전 구간 지하화를 요구하는 한편 여전히 문제인 화물열차 도심 운행에 반대했다.

협의회는 2003년 8월 철도공사의 수인선 환경교통영향 평가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시위 등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그 후 협의회는 ‘화물열차의 지상화’를 주된 문제로 부각시켜 명칭을 ‘수인선 화물열차 도심통과 저지를 위한 인천시민협의회’(수인협)로 변경하고 남동구, 연수구, 남구 등 3개 지역 주민대책위 중심의 협의체 형식으로 운영했다.

2004년 들어 수인협은 안상수 인천시장이 화물열차를 송도신항과 연계한 우회방안을 밝히자 이를 동의하고 약 2년간 활동을 중지했다. 화물열차의 도심통과 저지에 힘을 모았던 만큼 우회 화물노선 개설을 대안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2006년 6월 건교부의 실시설계 보고서에 이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 수인협은 7월 기자회견을 갖고 수인선 화물열차 도심통과 저지를 위한 1만인 청원운동에 들어갔다.




수인선 화물노선 논란은 ‘시 외곽화’ 대안에서 ‘화물 및 여객의 지하노선 병용 가능 ’라는 기술적 쟁점으로 옮겨지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인천시는 이해 8월 수인선 남부역~송도역까지 화물노선을 지하 여객노선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하자는 중재안을 건교부에 제출했다. 건교부는 안전성과 환경성을 문제삼았으나 시는 노선 병용에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수인협도 인천시의 방안을 전격 수용, 시와 보조를 맞춰 이 안을 추진해가기로 함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수인협이 인천시의 방안을 수용한 것은 남부역~송도역 구간의 여객, 화물 겸용 노선이다. 송도역~연수역~승기역 구간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지하화는 어려우나 소음, 진동, 분진 등을 완화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고, 수인협은 이에 지켜보기로 했으나 이에따른 구체적인 설계변경이 안돼 주민들의 우려와 함께 갈등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송정로기자 goodsong@i-to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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