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게릴라적인 동선과 작품 활동>

인천의 작가들-6.신종택

한동안 신종택은 입체, 평면, 퍼포먼스 등 장르의 벽을 넘나들며 문화계를 종횡해 왔다. 특히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대청호 프로젝트’, ‘컴아트 페스티벌’, ‘설악국제비엔나레’, ‘부산 바다미술제’, 터키 아나돌루대학 초청공연 등 국내외 유수의 전위예술제에 초청돼 공연해온 중진 전위 예술가다.

또 그는 문화운동가인 하석용 교수와 함께 ‘월미도 행위예술제’를 만들었고 이후 ‘인천의제 21 실천협의회 문화분과 위원장’, ‘2002 인천세계민속예술제총감독’,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등을 주도하며 예술가 뿐 아니라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해 왔다. 문화게릴라적인 활동영역과 동선을 보이는 실천적 아티스트인 것이다.

신종택의 예술적 영감과 사유의 저변에는 그의 고향의 서정을 바탕으로한 원시와, 전통, 그리고 무속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정신적 사유와 예술적 원천, 그리고 작업동력의 출발점은 원시로부터 시작되고 또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늘 작품의 모티브로 천착해온 뿔이나 알(卵), 각배 등 시원성(始原性)을 상징하는 지표들은 그의 예술과 삶의 원천인 고향의 정서를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프랑스 로셀 동굴에서 출토돼 늘 미술사 첫머리를 장식하는 구석기 시대 ‘각배를 든 비너스’에서 알 수 있듯이 뿔은 갈증해소와 성(性), 그리고 개체유지를 상징하는 인류 최초의 예술적 표현 대상이었던 것이다. 조형적으로도 뿔은 그 자체가 갖는 기능적 의미와 좌우대칭의 긴장미 때문에 정지된 조상(彫像)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즉 신종택은 자칫 타성화 되어 보이기 쉬운 과장된 역동성보다는 작품 스스로의 질서와 긴장미에 주목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신종택의 퍼포먼스에서 보이는 메시지의 전달방식과 그 파장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술했듯이 신종택은 한국 행위예술계의 첨병으로서 국내외의 비중 있는 여러 전위예술 축제에 초청돼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우리 고유의 형식과 내용을 섭렵하여 자기화하고 이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순발력과 기민성을 보여준다. 즉 신종택은 우리 전통무속, 춤, 음악, 놀이 등을 차용하여 이를 현대적 문맥으로 풀어내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작가인 것이다. 아마도 이런 기지는 늘 전통예술에 관심을 갖고 연찬해온 데에서 얻어진 감수성에서 기인한 능력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는 신종택의 조각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뿔을 주제로 수미일관하게 작품을 전개해왔고 일정의 조형적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신종택은 여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모더니즘 조각이 간과해온 인간의 삶과 환경, 종교와 역사 등의 문제를 환기시켜왔다.

추상형태로 진전된 뿔은 다양한 예술적 공간을 잉태시켜 조각의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환경조각에 이를 적용시켜 미술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뿔을 모티브로 진행해 온 이러한 그의 작업은 최근 ‘못’이라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경모 미술평론가·인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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