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매우 단순하다. 우선 저자가 무녀(巫女)라는 직업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성씨가 나와 같은 심(沈)씨라고 하는 동성인(同姓人)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작가 ‘심진송’이라는 무녀가 동성동본일지는 모르겠으나, 여하간 이런 단순한 느낌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그녀는 어려서부터 약골이었고, 그녀의 부모가 낳은 나머지 혈육마저 일찌감치 세상을 떴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만이 유일하게 남겨진 자식이었지만, 그녀마저도 너무나 병약해서 어린 나이에 두 번씩이나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만큼, 시발점부터가 모진 인생의 형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 번씩이나 사후 세계를 경험한 것이 무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시련을 유발시킨 동기가 되었으며, 그로 인한 갈등에서 네 번씩이나 자살을 기도하리만큼 참혹하고도 한스러웠던 자신의 운명에 대해 끝까지 맞서고자 시도했다. 그 일련의 도전마저 실패로 끝내고 나서는 마침내 그녀가 주장하는 신의 계시대로 신내림 굿을 받고 무녀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운명의 흐름이 평범한 생을 살아가고 싶은 내 작은 마음의 평지에도 심한 파장을 일으키게 했다.

그녀는 한창 젊은 나이에 몇 번씩이나 시련과 위기를 만났으며, 세 차례나 결혼에 실패하는 등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다. 그래도 꼿꼿이 일어서려 하는 그의 강한 개성과 주관만큼은 아주 뚜렷하게 살아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무속의 길로 접어들면서 빚어지는 어머니와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 끝내는 그녀와의 의견 차이로 극구 반대를 일삼던 어머님. 그분이 임종을 맞는 그 순간까지도 모친으로부터 외면과 배척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쓰라린 사연이 그녀에겐 무한한 고통을 안겨 주었음이 틀림없다.

결혼생활의 파경. 사업 실패로 남겨진 궁핍한 생활고. 고질적인 신병 등으로 인하여 육신의 고통으로 가득 찬 가운데, 출산 8개월여 만에 자식의 죽음을 안게 되어 빚어진 마음의 파고. 그리고 그것들로 인한 정신적인 갈등과 방황이 그녀를 더욱 영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지의 능력이 그녀의 말대로 신의 계시인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외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정신세계를 그나마 지탱하게 해주는 삶의 촉매제 역할을 해주었다고 본다.

그녀는 정신적 방황과 갈등 속에서 마침내 무녀의 길을 걷기로 굳게 결심하였고,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마저도 접어야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은 고심하던 끝에 인내로 이를 극복하게 되었고, 드디어 자신의 길이 그녀가 끝끝내 걸어가야 할 순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여기서 자신의 보람을 찾게 되었다.

우리에겐 이상을 너무 높게만 생각하려는 버릇이 있다. 물론 내 자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가장 가깝고 쉬운 것부터, 그리고 자그마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 그것이 더 크고 높은 것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차츰 차원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요 토대요 시금석이고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 대해 배려하며 사랑의 마음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아주 살기 좋고 편안한 곳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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