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이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지만 일부 분과는 협상이 중단되는 등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신금융 서비스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는 진척이 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의약품, 농산물 등 쟁점 분야는 제자리 걸음이다.이에따라 이번 2차 협상이 별 진척없이 한미 양측의 갈등과 이견만 노출한 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초반부터 감지된 파열음

2차협상 첫날부터 양국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감지됐다.미국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지난 10일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관세 양허(개방)안을 교환하는 것이지만 우선 이번에는 이를 위한 양허 틀을 중점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양허안 교환 시기를 9월 3차 협상전이 될 것으로 소개했다.

이는 당초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의 목표를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 유보(개방불가)안 교환으로 제시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특히 커틀러 수석대표는 우리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쌀 시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사정은 잘 알고 있지만 “미국 쌀 수출을 위해 시장 접근성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미국 대표단이 노력할 것이라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며 기 싸움을 시작했다.우리측 정부 대표단도 “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견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의약품 협상 중단…농산물은 답보

결국 양국이 FTA 체결을 위해 반드시 좁혀나가야 될 쟁점 사항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평행선을 긋고 있다.우리의 취약 부문인 농업의 경우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양측의 시각차가 여전한 상황이다.우리 협상단 관계자는 “농업 분야의 경우는 논의가 학구적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는 협상진행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등 양측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미국 협상단은 우리측의 건강보험 책정 적정화 방안에 반발, 분과 회의 첫날인 지난 11일 더 이상의 논의를 할 필요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오는 9월부터 보건복지부가 도입할 예정인 건강보험약가 책정방안의 ‘포지티브 시스템(선별목록)’으로 이는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 등재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포지티브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자국의 제약사들이 개발한 고가의 신약이 차별적으로 대우를 받게 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문제도 애초부터 미국이 거부감을 표시해온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이 문제는 협상장이 아닌 또 다른 채널을 통해 양국간 정치적인 해결이 시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FTA 반대 목소리도 부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반(反)FTA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농민,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 등 2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기반으로 한미 양국간 FTA의 체결이 필요하다는게 정부 논리지만 이들은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한국 경제를 파탄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한미 FTA의 졸속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통상 협상에서는 간혹 있는 ‘과감한 주고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분야는 성과

양측 협상단은 신금융 서비스와 관련, 법률 재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국내 현지법인 등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금융 상품별로 금융감독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자는데 사실상 합의를 봤다.

아울러 국경간 거래의 대상에서 소매금융 상품은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또 미국에 진출한 일본 등 제3국 메이커의 자동차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자동차 원산지 문제를 본격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물론, 제3국 메이커의 자동차를 미국산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가르는 부품 사용비율이나 추정방식 등 구체적인 원산지 기준에 합의를 본 것은 아니어서 의견 접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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