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라는 지역적 연고와 ‘바닷가 도시빈민의 삶과 소년의 성장’을 다룬 소설로 현덕의 ‘남생이’를 시작으로 한남규 ‘바닷가 소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1930년대 60년대 90년대를 연결, 하나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 세 작가는 간단없는 민중의 고통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 나름대로 전형을 창출한 인천의 대표적인 작가이며 특히 현덕의 문학은 개척적인 성과에서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지난 13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예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연 현덕 탄생 98주년 기념 심포지엄 ‘현덕의 삶과 문학세계’에서 주제를 발표한 원종찬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이같이 풀었다.

이날 원 교수는 ‘현덕 문학의 전통’이라는 논문을 통해 현덕을 당시 문단의 기린아로 떠오르게 했던 소설 ‘남생이’ 무대가 한국 근대사의 모순을 집약한 인천의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이농민 출신 도시빈민의 세계라고 전제, “작품 무대가 함축한 이와 같은 전형성은 한남규와 김중미로 이어지면서 소설적 계보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인천의 지역적 문제를 소년의 자리에서 시대 핵심과제와 연결지음으로써 우리 소설사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현덕 작품에 대해 원 교수는 “소설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어떤 간절함을 품고 있다”며 “이 간절함은 주관적 감상에 노출되는 법이 없이 객관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간접화된 방식으로 작품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한쪽에 귀속되지 않는 특유의 창작방법”이라고 짚었다.

이어 ‘남생이’에서는 주인공 어린 노마의 시선이 결정적이라고 푼다. “노마는 절망적인 현실에 아이러니의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해석, 유소년 주인공을 이 작품처럼 또렷하게 형상화한 예가 또 있을 까 싶을 정도로 노마가 인상적이라고 부연했다.

즉 현덕은 천진성 유희성 낙천성 등 어린아이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노마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현덕이야말로 카프의 리얼리즘과 구인회의 모더니즘을 젖줄 삼아 30년대 후반기 문학의 한 자리를 개척했다고 의미를 달았다.

한편 한남규 문학은 ‘바닷가 아이들’ 이후 한층 성숙한 세계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으나 현덕이 비껴갔다고 여겨지는 세태소설 또는 소년시점의 한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역작가 김중미는 아동청소년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 특히 고통받은 소외층에 대한 변함없는 태도는 현덕과 상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소설이든 동화든 현덕의 문학에 깊이 공감하는 작가들이라면 현덕 문학의 전통을 아름답게 되살리고 창조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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