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타이틀을 ‘낮은 문턱’이라고 붙였습니다. 소시민인 제 주변에는 역시나 소시민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전시장을 찾는 일이란 아주 낯설고 쑥스럽기까지 하죠. 막연하나마 그림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그 거리감이란 익숙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같은 공간과 환경에서 눈 높이를 같게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해요. 전시장 문턱이 낮아져야 합니다.”



개인전을 앞두고 만난 임일택 작가가 담고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 ‘나른한 오후’라는 타이틀을 즐겨 써왔던 그가 이번에는 이름을 달리했다.

한발 더 나가 ‘그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살고있는 동네 시장 상인들과 일용직 근로자, 페인트공들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초청장을 낸다. 17일부터 23일까지 인천신세계갤러리에서 펼치는 테라코타전이다.

몇 년전부터 테라코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다.

“4년전 우연히 테라코타 작업과 접했는데 그만 빠졌습니다. 테라코타란 옹기토로 원하는 형상을 빚어내 굽는 작업이에요. 일반적으로 조각에서 거치는 석고작업보다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지요. 물론 욕심껏 작업하다보면 굽는 과정에서 파손이 많이 됩니다만 감수할 만큼 매력이 있어요.” 만들어낸 작품마다 인물의 표정과 동작이 살아 있다.




여기에 작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벽을 칠하고 있는 페인트공의 익살스러움이 살아나고(작품 ‘운수좋은 날’) 잠복근무를 하는 경찰들의 지친 모습이 느껴지는 가 하면(작품 ‘잠복근무’), 정든 집을 떠나는 네 가족의 아쉬움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작품 ‘고갯마루’).

“순간순간 느낌을 살리며 수필을 쓰듯 작업을 해나가요. 나 자신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에서 생각과 느낌, 어설프나마 해학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한덩이 흙에 인생을 담고, 흙으로 희노애락을 표현하고자 해요.”

한번 구워내고 복원작업을 거쳐 살려내고 모두 여섯가마를 구워 29점을 만들었다.

“누구보다 작품 주인공들이 발걸음 해주었으면 합니다. 작업실 인근 식당 아주머니도 와주신다고 했거든요.” 진정 낮은 문턱이길 바라는 작가다. ☎(032)430-1199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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