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부터 치러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 중 인천의 청관을 그린 작품이 다수를 차지, 근·현대 한국회화에서 수십년간 화가들의 표현대상이었음을 알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 근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종무, 박득순 등도 자주 인천에서 청관을 사생하는 등 청관은 한국의 기성작가나 신진을 막론하고 예술적 성취와 동기부여에 주요한 모티부였다는 주장이다.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이 11일 오후 4시부터 구월동 시티은행빌딩에서 연 ‘미술작품에 재현된 인천과 인천인’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이경모 인천대 겸임교수는 이같이 제기했다.

이날 이 교수는 ‘근·현대 회화에 나타난 인천’이라는 논문을 통해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매개하는 장소로 청관이라는 중국인 거주지가 적어도 1930년대부터 국내 화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미전 출품작중 제 13회(1934년) 이복남의 ‘해거름의 차이나타운’이 청관을 그린 최초의 작품이라고 짚었다. 또 15회 출품된 김종식의 ‘町의 風景’과 16회 입선작 이무영의 ‘도회풍경’, 18회 김진태의 ‘차이나타운’ 역시 청관을 그린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이중 이무영에 대해 이 교수는 “청관을 조망한 것이 아니라 이의 내부로 들어가 화교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차이나타운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고 풀었다.

지역화가로는 김영건, 우문국, 황추, 박영성 등이 인천을 화폭에 많이 담아냄으로써 당시 인천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950년대 우문국과 김영건이 남긴 인천풍경화는 안정된 필치와 교과서적인 구도법을 보여주면서 당시 인천모습과 삶의 풍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1970년대 들어 황추와 박영성 역시 인상파풍의 주목할만한 인천풍경화를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인천 풍경은 표현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일 뿐만 아니라 인천이라는 자의식에서 출발, 현대미술을 풀어가는 실험적 표현대상에서 다루어진다”고 짚는다.

이에 그는 작품을 4가지 양상으로 분류했다. 첫번째는 형태와 재료의 실험, 그리고 땅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식으로 이철명, 도지성이 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양상은 “현실발언의 방법적 수단으로서 인천풍경”이라고 구분했다. “민중적 역사적인 삶의 미학체계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경향을 보이며 강광, 이종구, 허용철 등 인미협 작가들에 의해 주도된다”고 푼다.

이어 세번째 양상으로 사라진 곳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표현을 꼽았다. “김재열이 근대기 사진을 보고 옛 인천 풍경을 재현해내는가 하면, 이환범 윤주철 박치성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인천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각으로 관조하거나 재현을 통해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양상으로 그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재료의 확장과 인천에 대한 심화된 의식이 작품에 나타나는 경우라고 가려냈다. “즉 자기가 사는 곳의 내부 깊숙이 들어가 인문·사회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경향이며 향후 인천풍경화의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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