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면서 사람의 삶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리디 여린 속에서 뿜어나오는 강한 힘과 빛이 느껴져요. 맑은 영혼으로 세상과 나누려는 너그러움이 보이기도 하고, 고운 빛깔을 애써 유지해보려는 아픔도 보입니다. 그 꽃을 그려나가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이죠.”



조명신 작가가 전시 타이틀을 ‘꽃들에 대하여’라고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제가 꽃에 대한 모색이다. 작가적 심상을 녹여 선과 공간과 색채로 꽃에 대한 이미지를 한껏 살려냈다.

첫번째 개인전이다. 11일까지 갤러리 진을 온통 꽃의 기운으로 채워놓는다.

늦은 편이다. 뒤늦게 서양화로 전환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미술학원을 열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세월이 20년입니다. 문득 내 것을 찾아야겠다는 열망이 치고올라왔어요. 다시 인천대 서양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배움을 접하면서 비로소 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을 느꼈지요.” 이번 전시야말로 자아찾기의 장을 연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꽃에 마음이 꽂혔다. 화려한 꽃보다는 어릴적 추억이 담긴 들꽃들이다. 함박꽃, 토기풀꽃…. 살아숨쉬고 생동하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

캔버스 대신 종이를 택했다. 자연히 아크릴 물감에 연필, 콘테가 따라간다.

종이를 펴고 연필로 밑그림 꽃을 드로잉한다. 위에 아크릴과 물감을 뿌린다. 색의 조화를 철저히 연구한 연후의 작업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드로잉을 더한다. 정육면체 혹은 원 모양을 살려냈다.

“정육면체와 원은 꽃들에서 뿜어져나온 결정체들을 은유하죠. 보이지 않는 꽃의 영혼을 이미지로 만들어낸 거예요.”

구체적인 꽃의 형상을 넘어 작가적 심상세계를 재구성, 조형화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직선적인 면을, 혹은 기하학적인 면과 선을, 또 한편에서는 두터운 색 면의 질감을 살려냈다.

“종이에 대해 탐구도 많이 했어요.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그만큼 얻은 것이 많아요. 나에게 작업은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032)501-4428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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