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 일대는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100여년 전부터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 이후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많은 패션 브랜드점들과 유흥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상권 밀집지역으로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근처에 밀집해 있던 관청들이 모두 이전하고, 인구 증가와 함께 신도시들이 개발되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근래에 들어 이곳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거리는 말끔하게 밝게 정비되고, 비어있던 점포들이 하나둘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오래된 역사적 건물들은 복원되고 새단장을 마쳤다. 이제 인천 시민들말고도 멀리 외지인들까지 이곳으로 나들이를 온다. 신포동은 오래된 추억의 음식점들이 많다.

적게는 30대 중후반 사람들까지는 많이들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등대경양식’과 어릴적 졸업식 후 무조건 ‘진흥각’에서 자장면을 먹었고 단돈 몇 백원으로 홍콩 무술비디오를 신나게 보며 한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칼집’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외환은행 뒷골목에 지금은 ‘서라벌’만이 남아있지만 예전에는 많은 부대고기집들이 있었단다.

현재 ‘오술해’는 상호는 여전하나 메뉴가 모두 바뀌었고, 이 골목에서 좀 떨어진 ‘양지부대고기집’ 정도가 있다.

부대고기와 부대찌개는 우리 현대사의 힘들었던 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북이 분단되고 우리 땅에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지내는 미군부대가 있는 동네 주민들은 부대 쓰레기장을 뒤져 고기 등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커다란 쇠통에 넣고 ‘꿀꿀이죽’을 만들기 시작했고 꿀꿀이죽은 시간이 지나면서 햄 소시지 통조림 콩 치즈 등 미군부대에서 나온 음식에 고추장 김치 떡 등 한국 음식을 같이 넣고 물을 부어 끓인 ‘부대찌개’로 발전했다. 한국 최초의 ‘퓨전음식’인 셈이다. 부대고기가 정식 대중음식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초 미군부대가 많던 의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신포동 ‘서라벌’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80년대초에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맛은 여전하다는 말을 단골들은 말하는데 그 이유는 부대고기의 주재료인 햄과 소세지, 베이컨 등 주재료를 여전히 그 때와 똑같은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80년대초에는 남대문 등의 각종 수입상가를 다니며 재료를 구했는데 요즘은 수월하다며 사장님은 싱긋 웃으신다. 사실 국산은 수입품에 비해 맛과 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때 국산 베이컨을 사용하면 제맛을 내지 못해 유명 음식점들은 굳이 외국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부대고기(등심, 베이컨, 소세지와 햄)와 감자, 양파, 버섯 등을 푸짐하게 함께 굽는 모듬구이는 등심 부위맛이 기대치보다 훨씬 높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깻잎초절임에 부대고기를 싸먹으니 질림없이 술술 넘어간다.

다 먹은 후 철판에 바로 볶아먹는 김치볶음밥 또한 인기다.

식사메뉴인 부대찌개를 맛보자.

부대찌개는 지역별로 몇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대체로 문산과 의정부, 서울 남영동 일대를 꼽는다. ‘서라벌’의 부대찌개는 문산의 김치맛이 강하지 않고 당면을 많이 쓰는 점이 비슷했지만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을 낸다.

처음 맛을 볼땐 콩나물국같이 맹숭한 것이 간이 덜 된듯했는데 얼마를 보글보글 끓이다보면 진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으로 변해있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다른집과 달리 굴과 유부 등이 들었는데 진하고 더욱 시원한 국물맛을 내기 위해 최근에 넣기 시작했단다. 끓이면 끓일수록 거부감이 없는 진한 맛…. 좋다.

이 집의 또 다른 명물 ‘굴밥’. 사실, 부대고기보다 필자는 굴밥으로 이 집의 소문을 먼저 들었다. 칭찬 일색이다. 맛없다는 불평이 전혀 없다.

부대고기집에서 생뚱맞게 뭔 굴밥인가??!!

사장님께 이 궁금증을 물어보니 이 부대고기거리에서 유일하게 이 집에만 있었던 메뉴란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손님들이 모듬구이를 먹다가 맵게 먹으려고 김치며 여러가지를 함께 넣어 굽는데 나중엔 밥까지 볶게 되고 이때 굴을 넣으니 그 맛이 한결 좋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서산굴만을 사용하고, 굴철이 아닌 여름에는 제철에 구입해 급속 냉동시킨 굴을 사용하여 굴밥을 내놓는다.

돌솥에 굴을 넣어 지은 밥에 양념간장 솔솔 뿌려 비벼 먹는 맛도 좋지만 이렇게 철판에 갖은 양념과 김치와 밥 생굴을 볶아먹으니 소문대로 진짜 별미다. 사실 김치맛이 강해 김치볶음밥맛이 되질 않을까 했는데 고소한 굴맛에 김치는 묻혀있다.
맛있다! 혼자 굴밥 2인분은 거뜬히 해치우겠다.

이집 식단에 오르는 모든 김치들과 찬은 이곳에서 직접 만들며 고추가루등 양념들은 충청도에서 직접 일년치를 구매하여 쓴다. 2003년 부대찌개 파동과 중국산 김치파동 때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늘 한결같이 좋은 재료로 양심적으로 운영해왔다.

사장님께 하시고 싶으신말이 있으시면 해달라고 부탁드리니 당신은 정직하게 장사하는데 손님들이 때론 믿어주질 않을때 가장 안타깝다고 하신다. 눈앞의 이익을 두고 얄팍한 상술은 절대 쓰신 적도 없고 앞으로도 양심껏 성심성의를 다해 가게를 운영하실거라고 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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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가 http://blog.naver.com/fluore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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