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종합문예회관 인근 구월동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뭔가 특별함이 있다. 몇 년 전 지역 미술계가 주축이 돼 ‘예술의 거리’로 일으켜세우려 했던 일련의 시도를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일상의 관계를 맺고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역사성을 감안하기라도 한 듯 ‘구월동을 오가는 작가들’이라는 이름을 건 전시가 한편 열린다. 사연이 충분히 있다.

그곳에서 대포집을 운영하는 이가 그 거리에서 만난 인천작가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어서 일을 만들었다. 예술인들이 심심치않게 뒤풀이 장소로 이용하는 ‘인주옥’의 이동렬 대표가 미술계 중견작가 이종구 중앙대 교수를 찾아가 청을 넣었다.

“지난 여름 인주옥 주인장이 찾아와서는 대뜸 인천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열고 싶다고 했어요. 인주옥에서 몇몇 작가들의 소품을 걸어놓는 전시쯤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전시장을 빌려 본격적인 미술행사를 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주옥을 개업한 지 6년이 됐으며 그동안 인연에 보답도 하고 지역미술활동을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선행입니다.” 이종구 교수는 즉석에서 기획을 맡기로 했다.

시민이 나서서 순수하게 전시를 기획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긴다. 이 교수는 지역원로 강하진 화백과 젊은 정평한 작가에게 공동기획을 제안했다.

기획의도를 들은 작가들은 한결같이 반겼다. 원로부터 젊은 작가까지 모두 34인이 참여했다. 기획위원 3인을 포함, 강광, 홍윤표, 김보섭, 김용수, 정용일, 최병국, 박치성, 도지성, 이의재 등이 그들이다.

“기업메세나를 들먹이기에 앞서 기업형 음식점도 아니고 작은 음식점이 나서준 것은 하나의 작은 문화적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은 드러내기를 한사코 꺼렸습니다만 소시민의 이러한 선행을 드러내고 칭찬해주고 싶었어요.”

전시 타이틀도 처음엔 ‘인주옥에서 만난 작가들’로 하려했다. 결국 주인장의 간청으로 음식점 이름을 빼기로 했다.

장소는 음식점 인근의 인천민예총 전시공간 ‘해시’를 골랐다. 5일 개막, 18일까지 이어진다.

“가을마다 매년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의지가 분명해요. 향후 전문적인 기획자에 의해 본격적으로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행사가 됐으면 합니다.” 이 교수가 반가운 마음을 재차 전한다.

오프닝은 5일 오후 5시30분이다. ☎(032)423-0442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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