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식을 둘러싼 한일간 입장 차이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제출과 ‘대북 선제공격론’ 공론화를 계기로 양국 외교공방으로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9일 일본의 미사일 대응을 “군비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하려는 야단법석”으로 규정하자, 이에 일본 각료들이 반박하며 오히려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청와대가 11일 이를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양국은 북한이 지난 5일 미사일 발사 직후 초동 단계에서 상황 인식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 대응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더욱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靑 “日 대응 ‘야단법석’” 지적 = 서주석 청와대 안보수석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직후 발표한 ‘정부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에서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미래안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규정, 비록 일본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일본의 ‘속셈’을 경계하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담아냈다.

그러면서 서 수석은 “한반도의 긴장이 조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치적·외교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차분한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그러나 일본은 7일 유엔 안보리에 강제력을 부여해 대북제재는 물론 무력사용까지 가능하게 하는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출했다.

청와대는 9일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홍보수석실 명의의 ‘남북긴장 키우는 강경대응이 해법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본의 대응방식이 한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일본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사건을 군비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할 일도 없고,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일본의 대응태도를 ‘야단법석’이라고 표현하며 정치적으로 ‘군비강화 명분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日 반박과 ‘선제공격론’ 공론화 =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박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튿날인 10일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그런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고, 일본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일본이 위기관리 대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데 그런 표현(‘야단법석’)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아베 장관은 더 나아가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론’까지 들고 나왔다.연이어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과 아소 다로 외상도 같은 날 일제히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이 일본의 자위권에 해당한다는 ‘위협적인’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靑 ‘선제공격론’ 공개 비판 = 이러한 ‘심상치 않은’ 발언들이 전해지자 한국정부는 이날 오후 오시마 쇼타로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과 선제공격론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달하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리고 11일 청와대가 직접 나서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해 정태호 대변인이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 상황점검회의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는 형식으로 강력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청와대는 일본의 과거 한반도 침략 역사까지 거론하며 “‘선제공격’, ‘무력사용’발언은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며 “위험하고 도발적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일본 각료들의 선제공격론 발언을 “오만과 망발”로 규정짓고 특히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장관에서부터 외교적으로 조심스런 언사를 보여야 할 외상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경계를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회의말미에 회의장에 들어와 결과를 보고 받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정태호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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