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출향작가만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나라 전반적인 미술을 조망하고 국제적인 위치를 가늠하는 차원의 전시가 중요합니다. 인천의 경우 서울에 가깝다보니 손해보는 경향이 많아요. 독자적인 미술문화 브랜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죠. 인천에서 미술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펼쳐져서 시민들에게 고급문화를 건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목우회 회원전이 자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단법인 목우회 이태길 이사장이 인천전을 열면서 열망을 건넨다.

목우회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해마다 열어온 회원전을 어느 해보다 공들여 준비, 이달 국립현대미술관에 자리를 편다. 한번으로 끝내기에는 한없는 아쉬움이 있다. 해서, 자부심이 담긴 이 전시를 한번 더 펼치려 한다. 중앙전에 앞서 인천으로 나들이, 순회전 형식으로 5~10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에 작품을 건다.

▲50년만에 인천전 첫 포문

“인천에서도 최고의 작가를 불러모아 시선 끄는 전시회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조만간 인천 송도에 대규모 컨벤션센터가 건립된다고 들었습니다. 인천만의 색깔이 담긴 전람회를 이제는 만들어내야 할 때 입니다.”

이 이사장이 인천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한참이나 늦었지만 인천에서 회원전을 열 수 있어 마음이 훈훈하다고 말한다.

“목우회가 지방에서 전람회를 여러 차례 열어왔습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울산, 목표, 대전, 강릉까지 두루 섭렵했지요. 인천만은 빠져있었습니다. 아마도 서울 그림자같은 느낌이 작용한 때문일 겁니다.”

지난 7월 이 이사장이 목우회 중진 몇몇과 인천종합문예회관 재개관전을 보러 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전시도 전시려니와 장소도 회원전을 유치하기에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우리 전시가 내용적으로 좋아요. 인천에서 한번 자리를 펴면 어떻겠느냐는 공감을 나눴지요.” 그 뜻을 전해들은 유네스코 북인천협회가 적극 나서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렇게 인천전이 성사됐다.

▲대표성을 가진 구상작가 총집결

1950년대는 한국화단의 과도기다. 서구에서 유입된 아방가르드 영향을 받아 모더니즘 계열이 태동하면서 화단에 추상미술을 표방하는 현대미술 그룹이 출현한다. 이에 맞서 한국 전통화법을 지켜나가던 작가와 리얼리즘 계열의 의식있는 작가들이 한국성 정립에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서양화 1세대 작가들이 의기투합, 1957년 결성한 단체가 ‘목우회’다.

“단체를 이끌어온 회장의 면면만 보아도 목우회의 위상이 전해질 겁니다. 초대 이종우 회장을 필두로 2대 김인승, 3대 이마동에 이르지요. 이들은 목우회뿐만 아니라 국전에서도 초대 심사위원을 맡는 등 내외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했어요. 한국화단 최고의 거목들입니다.” 이후 8대 이사장으로 오른 그다.

회원들의 실력을 자부하는 이유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이다. 공모전에서 3회이상 특선에 오르거나 10회이상 입상 경력이 있어야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전국 작가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각 지역이나 단체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예술원 회원을 비롯해서 대학총장, 미술대학 학장, 미술협회 이사장, 그리고 대구·부산·광주미협 회장이 다 회원들입니다.”

목우회가 한국 구상미술의 지축으로 화단을 이끌어왔다고 자부심하는데는 선배들의 노력이 바탕이 됐지만 이후 회원들 스스로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고 힘을 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230여명이 냈다. 지난 반세기 한국 구상미술을 아우를 수 있도록 연대기별 작품을 건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작가와 국제교류전

지난해 회원전은 한·불 수교 120주년이라는 시점에 맞춰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미술인협회 ‘르 살롱’을 초청, 교류전을 열었다. 루이 14세와 꼴베르 장관이 나서서 결성, 2006년으로 343주년을 맞은 단체다. ‘21세기 한·불 대표 구상작가 총람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올해는 우즈베키스탄 미술인협회 작가를 초청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고려인이 강제이주를 당한 지 올해가 70년. 그간의 애환과 의미를 되새기고 미술로서 소통한다는 취지로 고려인 작가들을 불러왔다. 모두 50여점이다.

“목우회를 이끌면서 힘을 실은 것이 국제교류전입니다. 지난해 선보인 프랑스 작가들은 대단한 작가들입니다. 그동안 베트남, 중국, 캐나다, 브라질과 교류전을 펼치며 역시나 최고의 작가들을 불러왔지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몇몇 회원이 전람회를 하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몇차례 가본 적인 있어요. 올해 교류전은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목우회를 이끈 지 올해로 7년

광주 사범대학시절부터 그림을 시작, 어언 40년을 바쳐온 그다. 30대 젊은 나이에 국전에서 문광부장관상을 받으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목우회 수장이 된 지 올해가 7년째다. 자리를 내주어야 할 때가 얼마 안남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올해 또 하나 일을 냈다. 최고의 구상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 ‘MIAF’를 만들어낸 것이다. 9월1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자리를 폈다.

“순수미술단체의 아트페어 신설이야말로 새로운 시각적 시대의 주인으로서 확실한 검증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로 구성할 수 있는 고유의 자격입니다.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이벤트성 행사를 넘어 미술시장의 질적 향상과 자율적 능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지요.”

작가들로부터 호응이 뜨거웠다. 가능 인원의 3배수에 달하는 신청이 몰려왔다. 회원 60여명, 비회원 60여명이 참여했다.

작가적 최종 목표는 자기세계를 만들고 이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상, 추상에 대한 구분이 이제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성을 초월해서 개성있는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합니다. 계속 노력해야지요. 그것은 나에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글·사진=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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