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골깊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 항공사는 툭하면 건교부의 항공노선 배분에 대해 싸움을 벌여 법적소송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는 항공기 기장들이 비행 교본으로 삼고 있는 비행운영규정(FOM·Flight Operations Manual)의 표절 시비다.

11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FOM을 30% 가량 무단 전재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FOM은 조종사 등 항공기 운항 종사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정책, 절차, 기준 등을 정해 놓은 항공기 운항의 근간이 되는 지침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이 올 7월 개정판으로 낸 비행운항규정 1천여쪽 가운데 30%에 달하는 300쪽이 그대로 복사, 전개됐으며 심지어는 그림이나 도표까지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고 설명했다.또 아시아나 항공의 비행운영규정 도용은 글자하나 틀리지 않고 내용 전체를 그대로 복사한 것, 독자적으로 제작하거나 편집한 그림을 그대로 붙인 것 등 다양하게 이뤄졌으며 영문판에는 대한항공의 조직명칭이 그대로 기재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규정은 델타항공과 플라이트세이프티보잉 등 외국항공사 및 안전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2004년 7월초부터 1년3개월간 조종사 등 전문인력 10명을 투입해 2001년판을 지난 12월 재개정한 것이라고 대한항공은 밝혔다.대한항공은 이날 아시아나에 보낸 경고장을 통해 표절한 비행운행규정을 2개월내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는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규정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항공산업에서 제반 규정은 건설교통부의 지침에 의한 것이고 국제적으로 항공용어와 각종 규정은 FAA(미연방항공청)나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에서 표준화된 것들이기 때문에 규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단어와 문장이 많은데 이를 두고 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률적 검토 후 법정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양 항공사는 이번 표절 시비외에도 인천공항의 체크인 카운터 배치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터키 등 건교부가 항공노선을 배분할 때에도 수익성이 더 많은 노선을 갖기 위해 감정싸움에서 법적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박준철기자 terryu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