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만남을 시도하는 에코 페미니즘 화가로 꼽히는 김용님 작가가 인천에서 전시를 폈다.


분단극복과 여성억압의 현실 지양, 민주화운동에 열성적인 민중미술작가였던 그다. 이어 환경운동과 정신대로 끌려갔던 여성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차츰 ‘자연과 여성’이라는 주제에 집중, 국내 유일의 에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린다.

그가 강화도 갯벌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것은 7년 전쯤이다. 아예 이사를 간다. 그리고 그 갯벌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해질 무렵 갯벌과 노을과 일몰이 소재다.

‘갯벌, 그 오래된 생명에 대한 추억’이라는 타이틀로 28일부터 10월4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미추홀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간의 운동성과 해방성은 밑으로 가라앉히고 여성과 자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고향이자 어머니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요. 즉 갯벌을 여성성과 모성의 의미로 다가갔습니다. 삭막한 인간의 심성이 자연의 모성으로 위로받고 푸근한 고향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고향이 원래 강화도다. 갯벌에 대한 막연한 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7년 전 다시 찾은 동검도 갯벌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줄곧 현장성을 주창해왔죠. 갯벌을 만나면서 어떤 특별한 평안을 얻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픈 마음이 꽉 찼어요. 작업을 해나가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졌습니다.”

예전보다 색이 확연히 밝아졌다. 태양의 이미지와 갯벌이 주는 부드러움을 담다보니 빛의 스펙트럼이 넘쳐났다.




“갯벌은 무채색이지만 노을 빛을 받으면 온갖 색으로 화려하게 살아납니다.”

빈부격차라든가 여성성과 남성성 등 이분법적인 극단적 사회구조에 대항, 이에 대한 일치를 줄곧 시도해온 그다. 갯벌이야말로 그동안 주창해온 이분법적인 지양과 맞아떨어진다고 강조한다.

“물과 육지가 하나되는 지점이에요. 물이 스며들어 갯벌이 되죠. 또 노을이 질 때는 하늘의 붉음이 땅과 하나로 혼융되지요. 그 안에 생명력이 넘칩니다.”

50여점을 내놓았다. 노을과 갯벌에 대한 작가적 명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032)937-3726

김경수기자 ks@i-toda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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