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회의 대표주자 전어, 가을에 고소함이 절정인 전어, 언론에서는 너도 나도 가을전어 예찬으로 우리들을 괴롭게(?) 한다. 그 시기도 갈수록 빨라져 올해는 여름이 채 끝나지도 않은 8월부터 전어타령이다. 예찬수준을 넘어서 호들갑떤다는 말이 딱 맞다.

사정이 이러니 미식가나 주당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전어가 먹고 싶어진다. 성미 급한 행동대원들은 전어를 찾아서 남해로 서해로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분주하다. 훔쳐 먹는 사과 아니.... 전어가 맛있을까? 개념 없는 분들은 시화호에서 불법으로 전어 잡이에 열을 올린다.

요즘은 인사도 “가을전어 맛 보셨습니까?”이다. 이쯤 되면 전어를 가을의 진미라 부르는데 손색없고, 거기에 이의를 다는 이 없다.

전어에 붙은 수식어는 허위과장광고?

전어는 참 행복한 생선이다. 전어에 관련된 찬사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그 만큼 맛이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의문을 가져보지 않을 수 없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그 때는 그토록 맛있다는 전어가 왜 인기가 없었을까?

그 당시 만원 주면 전어를 한 대야 가득 가져왔다고 하니, 천한 값에 팔리는 생선이 전어였다.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전어라는 생선에 온갖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 놓았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냉정하게 판단하면 전어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 들어있지 않다. 전어 굽는 냄새 맡고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지도 않는다. (며느리가 돌아왔다면 가을에는 집에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자살하려던 사람이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마음을 돌렸다는 말도 들리니 그 과장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과장이 심하다 보니 인기 없는 전어를 팔아치우기 위한 일종의 상술, 허위과장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과장광고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드디어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덕분에 가격도 올라 광어 우럭을 추월하기에 이른다. 만만한 게 전어라는 인식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인생역전, 가을의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은 전어는 생선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 제철에 난 자연산이 최고의 맛

전어의 참맛은 3박자에 있다. 무슨 얘기인가? 제철에 잡은 자연산 전어를 제대로 조리해서 제대로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전어 명성만 믿고 가을전어 맛보고자 아무데나 갔다간 실망감만 잔뜩 먹고 오기 쉽다. 맛객(글쓴이) 역시 전어를 먹으러 가서 별 맛도 못 느끼고 온 적 한 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전어가 맛없어서? 아니면 먹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누가 뭐래도 전어의 참 맛은 고소함에 있다. 전어를 먹고 만족했다면 고소함을 경험했다는 말이 된다. 우리라고 못할까? 그 맛의 핵심으로 접근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좀 까탈스럽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구이도 좋지만 좀 있다 다루기로 하고 일단 전어회를 예로 든다.

전어회, 깻잎, 재래된장, 마늘, 고추만 있으면 전어회를 맛나게 먹는다. 테이블위에 초장과 상추가 있다면 과감하게 내려놓길 바란다. 상추는 전어의 비린내를 돋구고 느끼함을 전달해준다. 식초는 잘 알다시피 고소함과 상극이다. 식초가 들어간 초장 역시 그렇다. 상추나 초장은 전어의 고소함을 죽이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빨리 없애야 한다.

전어는 깻잎과 잘 맞는다. 깻잎은 고소하지만 향이 진하다는 단점이 있다. 자칫, 전어 맛은 구경도 못하고 깻잎 맛만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럴 때는 깻잎 한 장을 반으로 찢으면 된다. 깻잎 반장에 전어 몇 점을 올린다. 포를 뜬 게 아니라 반드시 뼈째 썰기 한 놈이어야 한다.

그 다음에 순수한 재래된장(일반적으로 나오는 누리끼리한 쌈장이 아니다)을 올리고 마늘 반쪽, 매콤한 고추 한 조각 이면 쌈은 완성된다. 입에 쏙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그 맛을, 그 고소함을 음미해 보라.

맛이 어떤가? 고소함이 느껴지는지? 깻잎의 향은 전어의 비린내를 감추고 고소함을 살려주지 않는가? 지방의 느끼함은 마늘이 해치우고 고추는 감칠맛을 살려 내준다. 된장은 이 모든 재료가 가진 개성을 조화롭게 해 주어 전어의 맛을 최상으로 이끄는 역할을 다한다. 이것이 전어회의 참 맛이다.

# 맛보다 고소한 전어 굽는 냄새

전어 굽는 냄새는 참 고소하다. 참 고소하게 다가왔다. 만약 전어가 아니고 다른 생선이었다면 이처럼 고소했을까? 전어는 가을의 고소함이다.

전어의 고소함은 맛보다 냄새에 있다. 그래서 궁극의 전어 맛을 보려면 구워야 한다.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는 깨가 열 말도 넘는다. 대가리가 몸통보다 고소한 이유도 전어 구울 때 나는 연기를 가장 많이 흡수한데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은, 전어의 맛을 강조한다지만 전어 굽는 냄새는 멀리서도 그 고소함을 맡을 수 있다는 말뜻이 아닐까.

전어를 구우면 자글자글 익으면서 기름이 불에 떨어진다. 이 때 불포화지방산이 연소되면서 연기가 피워나고 연기를 맡은 전어는 고소한 맛으로 변신을 한다. 때문에 전어는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야 한다. 그런데 가스 불에 굽는 집도 있다. 것도 모자라 알루미늄지를 깔고 전어를 구워 맛을 망치는 집도 있는데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작년에 소래포구에서 전어구이를 주문했다. 그때 그 맛은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다. 푸석한 살점과 말라 비틀어 진 듯 수분하나 없는 전어구이. 그건 그렇다손 치고 대체 고소함은 어디로 달아났단 말인가? 미리 구워놓은 전어가 문제다. 바쁠 때를 대비해서 미리 구워놓았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살짝 데워서 내 주는 전어구이. 사람이 준비성도 좋다지만 제발 전어만큼은 미리 구워놓지 말기를 바란다. 맛도 향도 다 놓친다.

고기 먹을 줄 아는 사람은 남이 구워준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불편을 무릅쓰더라도 굽는 일을 자처한다. 직접 내 손으로 구워먹는 맛과 남이 구워준 고기를 집어먹는 맛은 하늘과 땅차이다. 고기를 굽는다는 행위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감각) 등 오감을 총 동원하는 일이다. 고기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전어 역시 마찬가지다. 전어구이 먹고 어디 가서 “깨가 서 말이더라” 자랑하려면 자기 손으로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한다. 전어를 구우면서 나는 냄새를 맡아야 고소함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 가을의 특미 전어초밥

전어는 회와 무침 구이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진미가 전어초밥이다. 전어의 비린내 걱정일랑 마시라. 재료의 단점은 잡고 장점은 살리는 게 전어초밥 맛을 살리는 비법인 듯하다.

파와 생강이 올려 진 전어초밥은 풍미가 있다. 새큼 짭쪼름한 전어초밥의 맛에서는 계절을 느낀다. 봄철에 맛보는 두릅초밥도 그러하다. 이처럼 계절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천맛집멋집= cafe.daum.net/inchonjoa
글·사진=맛객 blog.daum.net/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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