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칭다오(靑島)시에 한국기업들을 위시한 많은 외국투자가 몰리면서 금년부터 슬슬 배부른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이전부터 없던 소리는 아니었지만, 금년 들어서는 보다 노골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지는 투자업종이 별로 신통치 않거나 투자금액이 작은 항목은 별로 환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투자금액에 관계없이 투자지역선정은 업체의 의사가 많이 반영됐다. 또 적정규모의 공장부지 선택에 있어서도 투자기업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규제조항을 삽입하여 이 조건에 맞는 업체들만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칭다오 수출가공구는 내부적으로 허가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외부로 발표되면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중요한 내용은 투자금액에 관한 것이다.

1무(약 2백평)당 투자금액을 미화 40만달러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고부가 업종을 골라서 받겠다는 것이다. 봉제나 완구등과 같이 머릿수로 생산량이 결정되는 업종은 부지면적만 넓게 차지하는데 반해 그 반사효과도 크지 않으니 IT와 같은 고부가 업종을 선별해서 유치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10년 전부터 아쉬울 때 노른자위의 토지를 너무 쉽게, 싸게 팔다보니 이제는 좋은 자리에 남아 있는 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칭다오에 투자하러 들어오는 업체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이 곳에는 머릿수만 갖고 장사하는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칭다오 시정부입장에서는 아까워 미칠 노릇인 것이다.

그러나, 아쉬울 땐 온갖 서비스를 다 해주다가 이제 배부르게 되니까 대외적으로 공포는 하지 않지만, 내부문건으로 이런 식의 기준을 만들어 허가여부에 참고를 하니 투자업체들이 느끼는 감정이 전 같지 않다.

여기에다 최근 2-3년들어 새로이 나타난 정책이 있다.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난 개발된 도시구획을 새로이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따라 각종 청사진이 제시되더니 난데없이 청도를 IT산업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청도에서 개최하기로 한 수상요트경기에 맞추어 칭다오를 장강이북의 최대 휴양도시, 청정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런 대국적인 도시개발,구획계획 앞에 50년 사용권한의 토지구매계약서는 시정부의 정책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떨어진 것이다. 우선 칭다오시 가까운 곳에 고신원구를 지정했다. IT업종만을 집중 육성하는 공업구로 지정하고, 그 업종에 부합되지 않는 업체들은 미안하지만, 좀 떠나달라는 것이다.

물론 보상은 있다. 이 곳에서 떠나간 일부 한국업체들의 경우 보상에 대해 그리 섭섭하게 느끼지 않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괘씸하다. 우선 대토를 준다. 지금 공장부지보다 훨씬 넓은 토지로 바꿔주고 있다. 여기에다 공장건물 건축과 이전경비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받았다.

그러나, 대토를 받고 가는 곳은 좀 멀리 떨어진 곳이고, 토지가격을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물론 토지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실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땅도 마음대로 사고파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비싼 토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덕 보는 것은 없다. 그러나, 시정부는 이렇게 대토주고 돌려받은 토지를 IT업종에는 현시가대로 매우 높게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도시계획에 따라 미안하지만 좀 떠나 달라는데, 그리고 그냥 가라는 것도 아니고, 대토주고, 건물 건축비주고, 이전비 다 주겠다는데, …통보를 받은 업체로서는 사실 문제점을 집어내기가 곤란하다. 분명히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이걸 대 놓고 이의 제기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공공의 이익이라면 개인의 재산권은 우리나라에서도 침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런데, 중국에서는 공공의 이익이라는게 어느 정도까지인지 딱 부러지게 알지를 못하니 논리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청정도시라고 뻥을 쳤으니 이제 오염유발업체들도 시외곽으로 쫓아낼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칭다오 개방 15년, 사실 한국 업체들의 투자로 성장한 도시가 칭다오이다. 지금이라도 한국 업체가 다 빠져버린다면 1년도 못가 폭싹 내려앉을 도시가 칭다오이다. 그 칭다오가 지금 배가 불러 별짓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불러놓고 숨어서 쉬쉬하면서 받을 업체, 안 받을 업체로 선별을 하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아예 내 놓고 업체들을 차별할 날도 곧 올 것 같다.

micleo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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