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개막 앞둔 ‘Pre-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 논란 여전

2007년 ‘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 도약을 목표로 선험적으로 치러지는 Pre-비엔날레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스페이스빔 등 지역내 5개 단체가 지난 5월10일 졸속 개최를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내면서 표면화, 개막을 한달도 채 안남긴 현재까지 여전히 ‘원점에서 재논의’가 돌출돼 있는 상태다. 당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제기라는 점에서 사안이 녹녹하지 않다.

주최·주관측인 인천시와 (사)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마무리단계에 와 있는 상황에서 개최여부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후 철처한 평가로 발전방향을 모색해보자고 받는다.이대로라면 Pre-비엔날레는 당초 예정대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대척점에 선 단체들은 같은기간 안티-비엔날레로 맞대응 할 태세다. 지금으로선 양자 타협점은 없다.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

‘Pre-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는 인천시가 1억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주최한 문화예술행사다. 시는 타도시와 비교해 국제적 규모의 문화예술행사가 많지 않은 현실을 들어 “국제교류 허브도시에 걸맞는 행사를 열어 문화도시로 발전을 도모하고자 추진하게 됐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어 “2004년 민간단체에서 주도적으로 개최한 제1회 인천여성비엔날레의 성과를 바탕으로 여성작가 및 여성을 주제로 차별화된 비엔날레를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시의 표명대로 Pre-비엔날레는 2004년 행사를 주관한 (사)인천여성작가연합회(이하 여성작가연합회)가 제안한 기획안을 시가 수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바로 논란의 출발이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스페이스빔, 인천민족미술인협회,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인천작가회의, 전교조 인천지부 여성위원회 등 5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일개 예술단체의 격년제 행사에 무슨 근거로 억대의 시 지원비가 책정되었는 지 의문시 된다”며 “지역 문화예술계내 이렇다 할 합의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어느 순간 주최가 인천시로 격상된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베엔날레급 행사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조직위원회 구성이나 예술감독, 주제 선정 공청회나 토론회를 한번 거치지 않은 폐쇄적인 운영방식은 안된다”고 비판을 가한다. 단지 여성작가연합회가 어느순간 행사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로 탈바꿈, 함량미달 행사를 당초 방향대로 몰고나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조직위 구성을 들여다보면 위원장에 권경애 인천여성작가연합회장, 행사 섹션별 운영위원장엔 여성작가연합회 장르별 대표가 포진돼 있다. 성명을 낸 단체들의 주장과 닿아있는 대목이다.이에 대해 조직위측은 할말이 많다고 말한다.

여성작가연합회 입장에서 2004년 행사를 치른후 곧바로 2006년 비엔날레 준비에 들어가 중앙 예산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말까지 그야말로 고군분투해왔다고 말문을 연다. 결국 비엔날레 개최 지역이 대구로 낙점되면서 인천에 대한 지원이 물건너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시가 2006년에는 행사를 축소한 Pre-비엔날레로 가되, 주최로 나서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바로 시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이다.조직위 구성과 관련, 여성작가엽합회가 주축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당초 비엔날레에 걸맞는 볼륨을 갖기 위해 중견 작가들 영입에 나섰으나 한결같이 외면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권경애 위원장은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 인천민예총과 스페이스빔에 자문단으로 와달라고 사정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몇몇분은 아예 본인의 기획대로 틀을 바꾸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토로했다.그는 “여성작가들이 제대로 행사를 치를 수나 있겠느냐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제와서 폐쇄적이라고 비난하며 찬물을 끼얹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전 인천민예총 지회장 이야기는 또 다르다. 조직위 출범 전 싯점인 지난 2월 권 위원장을 찾아가 인천을 대표하는 행사가 되기위해선 여성작가연합회 차원을 넘어 명망있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하며, 반드시 인선과정 일체를 오픈해야 한다고 진언했다는 것이다.

이 전지회장은 “행사 당위성과 여성을 주제로 하는 방향에 동의한다는 의사까지 밝혔고 참여하자는 제안이 왔으면 도와주었을 것”이라며 “당시는 충분히 여러 인물에 대한 논의와 섭외가 가능한 시점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조직위 말대로 동참을 거부하는 측도 있다. 정평한 인천민미협 사무국장은 “당위성을 갖지 않은 행사에 참여해 비판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조직과 행사의 얼개를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단순히 외부에 보이기 위해 들어와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주장을 폈다.

▲여성성 논란

더욱 첨예한 문제는 Pre-비엔날레의 주제 ‘여성성’에 대한 시각차다.조직위에 따르면 ‘여성미술의 새로운 조망’을 주제로 설정, 미술계속의 여성을 중심으로 사회적 역할과 자리매김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정치적인 시각이 강하게 부간된 서구 페미니즘적 시각보다는 균형과 소통을 통한 네트워크 중심의 대안적인 관계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대립적 입장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대안적 관점에서 차이점을 수용하고 배려함으로써 차별에 의한 소외를 치유하고자 한다.이에따라 평론가가 선정한 국내여성작가들의 초대전, 과거 여성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규방자수전, 여성을 주제로 한 국내남성작가전, 인천을 포함한 전국여성작가 사회참여전 등 4개 기획전을 준비했다.

권 위원장은 “페미니즘 차원을 넘어 전체를 포용하는 여성성을 보여주려 한다”며 “나아가 여성성이란 남성과 여성이 교류하는, 생물학적 차이를 넘어 수용하는 장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여성미술인들의 역량을 짚어볼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반면 성명을 낸 단체들은 이번 행사가 자본주의 상품 논리에 길들여진 여성이라는 보호막 속에 스스로 가두어 놓는 나르시시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행사 개최 당위성을 보장해주는 남·녀 이분법을 넘어서서 어떠한 정체성을 전제한 여성과 여성미술 지향에 대한 관심 및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아예 Pre-비엔날레의 진원인 2004년 행사부터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새로운 담론 창출이나 제시를 통한 생산적인 논의는 고사하고 철 지난 주제를 내세운 과거 회귀적인 행사의 전형”이라며 “이에 대한 아무런 보완적인 노력도 않은 채 오히려 외형적인 규모 확대에만 관심을 기울 인 것이 이번 Pre-비엔날레다”라고 꼬집는다.

정평한 인천민미협 사무국장도 “2004년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인천, 그리고 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을뿐, 단지 여성작가를 매개로 뭉친 구태의연한 전시였다”며 “그후 인천의 상징성을 찾는 고민조차 없이 또 다시 치러지는 행사라는 점에서 대 전제를 수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난 일색만은 아니다. 한 지역작가는 창작인프라 구축을 위한 작가간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푼다. “의식과 지향점이 다른 작가들의 배타적인 의견대립과 충돌은 피해야 한다”며 “여하튼 이번 행사가 펼쳐져 450여점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여성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지향점 차이를 푸는 자세를 갖어야 함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흐르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이경모 미술평론가도 전시란 벌여놓은 시공간이 중요하돼, 이에대한 사후 비판을 통해 반성과 방향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평한다. “여성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 지 전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이를 다듬어세련된 주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이 시점에서 비판은 벌여놓은 일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시기 다른 두 행사

Pre-비엔날레는 오는 8월5일 개막, 9월10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전관과 인천학생문화회관, 구올담갤러리, 진갤러리, 혜원갤러리, 신세계갤러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이에 맞서 지역내 단체들은 이 기간 ‘안티 비엔날레’로 맞불을 놓겠다고 공표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진정한 문화적 반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펴겠다는 취지에서다.

줄곧 펴온 논리대로 Pre-비엔날레는 ▲여성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순 ‘여성’들의 전시 ▲여성을 내세운 남성지배문화의 산물 ▲장르중심주의에 갖힌 고급의, 협소한, 자기안주적인 문화로 예술 도구화를 자처하는 행사라는 점을 들어 생산적인 주체 중심의 전시를 보여주겠다고 주장을 편다.

이를 위해 범 지역문화예술단체를 수용하는 조직위원회를 구성, 작품 선정과 접수에 나설 계획이다.결과적으로 극을 달리는 다른 두 행사가 같은시기에 치러지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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