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인전 날짜를 잡아놓았는데 영 염두가 나질 않았어요. 그만둘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미술치료 공부를 하다 이진영 선생을 알게 됐죠.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시를 함께 하자고 했죠. 쾌히 승낙해주었습니다.”(한영진 작가·공주사대 서양화 전공·백석중학교 미술교사)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시 제의를 받고 다시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오히려 이 길이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야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예요.”(이진영 작가·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후 애니메이션 공부차 미국유학)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한자리서 전시회를 연다. 장르가 순수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르다. 연령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둘이어야 전시회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영진 작가와, 아직은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는 이진영씨가 그들이다.

‘무의식의 선물’ ‘다시 찾은 선물’이라는 각각의 타이틀을 내걸고 연정갤러리에서 15일부터 자리를 폈다.

“어릴적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어느날 내가 가진 것이 동이 났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습니다. 미술치료를 배우러 간 이유지요. 공부를 하면서 그림에 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 작가는 내친김에 미술치료사 자격증까지 땄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러 어렵게 입학을 했는데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포기하고 귀국을 했습니다. 아픔이 컸어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 작가는 어려운 시절을 회고한다.

미술심리치료를 공부하다 만났다. 두 사람은 무의식적 자아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 작품으로 만들자는데 합의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그림이 각각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한사람에게 그것은 ‘무의식의 선물’이고, 다른 한사람에겐 ‘다시 찾은 선물’인 것이다.

“10년전 그림을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분노가 가득했어요. 이젠 정리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란색으로 덧칠을 하고 나무를 그렸습니다. ‘내 안의 숲’이라는 부제를 붙였지요. 새로운 것을 그린다기 보다 화가로서 다시 일어서고 싶습니다.” 한 작가는 12점을 내놓았다.

“애니메이션에선 표현이 보다 직설적이에요. 우울한 작품에서 출발했는데 후반부엔 노는 분위기로 갔습니다. 다시 창작에 대한 마인드가 생겼다고 할 수 있지요.” 이 작가는 ‘그림아 돌아와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팸플릿에 써넣었다.

둘의 만남이 서로에게 곧 선물이라고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는다. 전시는 28일까지 이어진다. ☎(032)834-6510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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