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이념이 소개되고 그 이념의 확산 과정에서 크게 대두되는 것은 활동보조인 제도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려면 외부활동에 보조가 필요한 활동보조인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활동보조인을 통해서 중증장애인의 생존권과 사회권은 보장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 장애인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요구하며 노숙농성과 한강대교를 기어 건너는 거센 도전 등으로 서울시의 제도화 약속을 이끌어내는 합의문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6월13일부터는 인천의 중증장애인들이 시청앞에서 농성, 활동보조인 제도화에 대한 바람직한 합의점을 찾았다.

지역사회 중심 장애인재활사업(community-based rehabilitation CBR)은 거점보건소를 지정해서 재가 장애인의 건강관리 즉 의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즉 장애인의 의료재활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의 악화를 방지하는데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이념은 의료적 모델에 바탕을 둔 재활이다. 의료적 모델의 특징은 제공자 중심이며, 의사의 치료계획이나 간호사의 지도가 필요하고 장애인은 환자로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IL)은 ‘모든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다’라고 하는데서 출발한다. 치료받고 보호받아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정상인과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참여기회를 가진 사회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자립생활에서 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선택의 자유를 가진 소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CBR은 자립생활에서 지향할 수 있는 서비스로 수용하기 어렵다.

활동보조서비스 종류를 보면 크게 기관지향적인(agency-directed)것과 소비자 지향적인(consumer-directed)것으로 나누어진다. 기관 지향적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의료적 모델을 따르며, 소비자 지향적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자립생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 주도형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활동보조인의 선택권, 활동보조인 스케줄에 대한 관리, 보조인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 보조인이 필요하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였다. 이와 같이 몇몇 연구들은 자립생활 모델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관주도형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보다 더욱 긍정적인 결과들을 경험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장애인들은 자신의 권한으로 활동보조인을 관리하고 이용하고 싶어한다 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주체적인 삶을 원하는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

앞서 간단하게 살펴본 바에 의하면 활동보조인제도는 중증장애인이 누구나에게 부여된 천부적 인권을 회복하고 지켜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기관주도형 서비스 보다 소비자 주도형 서비스에서 수혜자는 더욱 긍정적이고 만족하는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이제 활동보조인 제도를 외면하는 정책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권적 기본권을 박탈하는 행위와 동일하다. 단지 남은 과제가 있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의 기본 개념과 원칙이 희석되지 않는 한 효율적인 방안들을 논의하는데 모두 머리를 모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활동보조인 제도는 하나의 시책으로 볼 수 있는 단순한 (프로그램)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인권의 문제임을 국민 모두가 가슴 깊이 느껴야 할 것이다. 거점보건소를 정해 지역사회 중심 장애인재활사업(CBR)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IL)를 중증장애인지원사업으로 인정하여 장애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가까운 곳에 센터를 설치하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센터가 활성화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의 일터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센터는 곧 중증장애인들의 직장을 보장해 주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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