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의 위치가 어디죠?”

3년 전 이혼한 이모(35)씨는 지난 해 1월부터 공중전화를 이용해 산후조리원의 위치를 물은뒤 다음 날 산후조리원을 찾아가 원장과 상담을 하거나, 산모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애 아빠’로 둔갑했다.

이혼 전 아내가 출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씨에게 산후조리원은 낯설지 않았다. 이씨는 산모들이 모유를 수유하거나 건강체조를 하는 동안 빈 방을 돌며 절도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씨는 인천, 서울, 경기 등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 64곳에서 160여 차례에 걸쳐 산모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 상품권, 수표, 귀금속 등을 훔쳐 달아났다. 1년 9개월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5천100만 원 상당을 훔친 것이다.

인천 계양서는 지난 4월 계양구 한 산부인과에서 이모(39·여)씨가 병실을 비운 사이 사랍 안에 있던 현금 30만 원을 도난당했다는 피해를 접수했다. 사건에 착수한 계양서 TSI팀은 CCTV를 확보하고 동일 수법 전과자를 조회해 지난 11일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절도 행각이 발각돼도 산모들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신고도 안 하는 것 같고, 도난 당한 산모들은 범인이 산부인과나 조리원의 직원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절도행각을 벌이는 동안 산후조리원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조리원에서 절도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산모들이 찾지 않을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소문이 날지 몰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측에서 산모들에게 90% 가량 변제를 했고, 신고율은 50%에 불과했다. 경찰은 이모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등) 혐의로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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