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와 관련해 금품 제공이나 허위사실공표 등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선거사범의 구형량을 정할 때 지역이나 정당 등에 따라 들쭉날쭉했던 검찰의 ‘고무줄 구형’ 시비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0일 대검찰청 공안부에 따르면 검찰은 선거사범을 죄질에 따라 1∼30등급으로 구분한 ‘구형 기준표’를 처음으로 마련, 이달 초 전국 일선청에 시달해 5·31지방선거 입건자들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2002년 6월 제3회 지방선거 때의 선거사건 판결문 400여부를 분석하고 미국과 일본의 양형 요인을 참고해 구형기준표를 마련했다.

이 기준표에는 죄질에 따라 50만∼100만원씩의 벌금액수나 1∼6개월씩의 징역기간이 가중되는 방식으로 등급이 세분화돼 있다.금품 제공, 금품 수수, 불법선전물 유포, 허위사실 공표, 선거폭력 등 5개 선거사범을 초범, 재범, 3범 이상으로 나눠 재범부터는 가중처벌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제공 금액이나 품목, 돈을 전달한 시기와 횟수, 반성 여부 등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도 있다.이로써 선거사범의 죄질에 따라 일관성 있는 맞춤형 구형이 전국 검찰에서 가능해진 셈이다.

그 결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금액의 돈을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도 지역이나 정당, 당선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다르게 구형되는 사례는 이제 사라질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이 기준표를 적용하면 금품을 1만원이라도 유권자에게 준 선거사범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80만∼100만원의 6등급 이상에 해당하지만 돈을 준 시기나 반성여부 등에 따라 등급이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도 있다.

선거일 1년 전에 금품을 줬다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등급이 낮아지겠지만 선거일에 임박한 금품 살포는 오히려 등급이 올라가 벌금 구형액이 100만원을 넘게된다.

재범일 경우에는 벌금이 200만∼300만원 추가되거나 징역 기간이 2∼4개월 늘어나게 되며 음식물 제공보다 금품 전달의 처벌 수위가 더 높다.검찰은 구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심공판 때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선거사범의 구형 기준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때 검사가 구형기준표와 다르게 구형할 때는 재판부와 피고인의 오해를 사지않도록 구형 사유와 그에 따른 변동 등급을 밝혀야 한다.검찰은 지방선거 사범에 대한 구형 기준 외에도 대선이나 총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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