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라도 있으면 엄마에게 꼭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12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의 한 장례식장에는 A(24·여)씨가 환하게 웃는 엄마(50)와 동생(14)의 영정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A씨는 11일 오후 7시20쯤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엄마와 10년 터울의 여동생이 아파트 25층에서 함께 투신했다는 그야말로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엄마가 선택한 길은 1급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과 함께 세상을 등진 것. 최근 엄마는 ‘누가 뒤쫓아 다닌다’며 환청상태도 겪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엄마가 동생을 휠체어에 태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탄 시각은 11일 오후 6시58분. 1분 만에 25층에 도착, 엄마는 딸을 안은 채 비상계단의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CCTV에 찍힌 두 모녀의 모습을 판독한 경찰은 세상을 등지기 직전 고민할 시간도 없을 만큼 이들 모녀가 힘겨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생의 영정사진은 1급지체정신 중복장애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A씨는 10년이 넘게 동생을 건사해온 엄마의 손길 때문이라며 말을 잊지 못한다.

노점을 운영하는 A씨의 부친(52)은 “둘째 딸이 노산인 탓에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며 얼마 전부터 아내가 “내가 죽어야 모두 편할 거야”라는 말을 했지만,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수입이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1급 중증장애를 키우는 일이 너무 버거웠다는 그는 “아내와 딸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장애아를 키우는 가구에 대한 고통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며 장애인 복지혜택이 선진국 수준으로 하루빨리 개선되길 간절히 소망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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