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인이 창립전

“2000년 들어 중앙 화단에서 작가들이 의지를 더해 대한민국 환경미술협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전국적인 추세로 다투어 지회와 지부를 결성했지요. 인천에서만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개인 혹은 그룹별 중앙협회에서 활동, 서울에 흡수되는 경향이었습니다.”

차츰 환경미술에 대한 인식을 지역에서 확산시키자는 분위기가 인다. 문제는 인천미술협회를 중심으로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회 결성이 화단을 분열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질까 하는 우려다.

“지역 원로들을 찾아뵙고 의지를 말씀드렸어요. 미협이 순수하게 그림을 거는 전시를 열고 있다면, 우리는 환경을 테마로 행동이 있는 색다른 전시를 펼치겠다는 것이 요지였지요. 다행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습니다.”

2005년 3월 드디어 창립기념전을 열었다. 무려 340여명이 회원으로 들어와 작품을 냈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들 중 미협에서 활동하는 이가 4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전문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다.

“환경을 아끼는 이들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는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 환경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죠.”

계속 회원이 늘었다. 현재 420여명이 동질감을 갖고 환경미술을 나누고 있다.

▲‘환경과 예술이 하나되는 인천’

창립전을 시작으로 열심히 테마전을 열었다.

‘자연과 인간의 화합 공간전-물은 생명이다’(2005년 9월 인천신세계갤러리), ‘인천을 바라본 화가의 시선전’(2006년 9월 인천신세계갤러리), ‘환경미술회화제-녹색도시를 꿈꾸며’(2006년 12월 연수구갤러리), ‘반디불이 마을전’(2007년 6월), ‘환경미술회화제-자연 도시 사람들’(2007년 8월). 타이틀에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다.

“줄곧 견지하고 있는 주제는 ‘환경과 예술이 하나되는 인천’입니다. 다른 협회에서 그룹전을 연다면 작품으로 다가가겠지만 우리 협회에서 한다면 다분히 환경에 대한 작가적 고민들이 녹아 있어요. 매번 색깔을 만들어내려 머리를 맞대고 고민들을 합니다.”

갤러리안 전시에서 멈추지 않는다. 야외에서 사생대회를 열고 그림을 그리면서 한켠에서는 정화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체험전을 만들고 실행한다.

“수락산에서 아마추어 작가를 대상으로 사생대회를 연 적이 있어요. 등산객들이 오고가면서 많이들 관심을 보였어요. 한편에서 작가들은 마대자루를 들고 정화운동에 나섰죠. 환경을 소중하게 지키자는 우리들의 다짐입니다.”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6월 ‘반딧불이 마을전’을 열면서 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타일 벽화를 만들었다. 공공미술 실천인 셈이다. 능허대축제에서 환경미술 학생 실기대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가 할일이 많아요. 재활용을 주제로 초·중·고 공모전을 해서 회원전에 학생들 작품을 같이 건다든가, 야외 갯벌전을 여는 것도 의미있어요. 각 구별 하천을 돌며 깃발전 형식으로 하천살리기 테마전도 구상 중입니다. 천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이를 깃발로 세우는 거예요. 시민들과 가깝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환경미술 엑스포도 욕심이 간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수백명씩 참여하는 전시다.

“2009년 인천도시엑스포와 연계해 인천에서 자리를 편다면 분명 특별합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추진해 봐야죠.”

▲영종도를 테마로 전시 준비중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 인천시미술대전 특선을 따낸 것이 분기점이 됐다. 이후 인천시초대작가로 인천미협 회원으로 지역화단과 더불어 살아온 그다.

중학시절 부모를 따라 이사 온 이 도시가 그에겐 고향이나 다름없다. 자유공원과 청관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회상하는 인천 토박이 작가들 정서가 어느새 스며들어 ‘내 이야기’로 체화됐다.

“아쉬운 점 있지요. 서울과 붙어있다는 것이 중앙지향적인 성향을 같게 해요. 그러기에 더더욱 작가들이 인천에서 좋은 작품을 그렸으면 합니다.”

협회를 꾸리느라 늘 바쁘지만 작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그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틈을 비집고 매년 개인전을 열어온 그다. 내년 전시도 일찌감치 장소를 잡아놓았다. 9월에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자리를 펼 예정이다.

테마를 영종도로 정했다. “인천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고민하다 개발에 밀려 떠밀려가는 영종도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년 후면 현재의 모습은 사라지고 잊혀져가겠지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려해요. 풀 한포기 꽃 한송이라도 현재의 이야기를 담을 겁니다. 그곳에서 바람소리와 마을냄새를 느끼며 그리려해요.” 지회장 이전에 화가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글·사진=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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