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길에 눈에 띄었다. 가게 밖 조경이 아기자기했고. 심플해서 시원한 간판이 맘에 들었다.더 이상 낯선 참치집은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건만 또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마침 지인과 약속이 생기자 이 집에서 만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집과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정한 차림에 밝은 표정의 실장을 보는 순간 기대를 해도 되겠구나 예감이 든다. 실제로 참치 맛의 3박자인 간장, 고추냉이, 참치가 다 맘에 든다. 이 정도면 맛객의 맛집으로 올려도 욕은 먹지 않겠구나 싶어 자신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참치회를 앞에 두고서 실장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참치회와 일본의 음식문화가 주된 소재였다. 쯔께다시 좋아하는 분들은 실망이겠지만 맛객은 만세를 부른다. 무엇보다 이 집의 간장.

“간장은 뭘 넣고 달였어요?” “간장은 가게마다 다 다를 거예요. 보통 501간장을 쓰는데 저희는 진간장으로 달여서 간장 맛을 빼고 가다랑어 포 넣고 구수한 맛을 냅니다. 야채 다시마 무도 들어 가구요. 간장이 진하면 회 맛이 다운되죠. 하지만 이 간장은 싱겁기 때문에 많이 찍어서 드시면 회 잡맛을 없애 줍니다.”

그렇다. 이 집의 간장은 회를 담그다시피 해서 먹어야 제맛이다. 메밀 육수 맛이 약간 풍기는 간장은 회의 잡맛을 잡을 뿐 아니라 회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간장 한 쪽에는 참기름이 담겨져 있다. 맛객은 그 용도를 모르겠다. 참기름에 먹는 참치는 참기름 맛 외에 그 어떤 맛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얀 부위 같은 경우는 고소한 맛이 있기 때문에 처음 드시는 분들에게는 기름장에 찍어 드시라고 해요. 그럼 고소한 맛을 기름장이 살려주거든요. 처음에는 그렇게 드시다가 나중에는 간장에 드시라 하죠. 참치 맛을 들인 다음에.”

“이건 해동이 덜 됐어요. 아까 바로 잡은 거라..” 조금 있다 녹으면 먹으라는 얘기다. 참치는 해동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칼보다 해동이 기술이란 얘기다. 실장의 고충도 여기에 있다. 손님 중에서도 해동이 덜 되어 시원한 맛을 선호하는 미각이 있는 반면 해동이 정도껏 되어 참치 맛을 풍부하게 느끼는 미각도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미각은 어디에 있는가? 이거 한 가지만 알자. 저가의 참치는 해동을 안 하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는 사실. 손님의 미각이 각자 다르지만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 만족시켜준다면, 이게 실장의 노하우일 것 같다.




오도로 중에 가장 맛이 좋은 거라며 부채살, 일명 배꼽살을 내놓는다. 낼름 먹는다면 맛의 일부를 손해 보는 행위이다. 맛은 시각으로도 느껴야 한다. 충분히 감상을 하다보면 아 음식이란 즐거움이구나 생각이 든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입으로 먹는 즐거움. 육즙이 녹아 배어나오면서 고소한 맛이 입안을 회오리친다.

“그…. 무조건 맛있는 부위 달라고 말 하시는 분, 그분들은 들은 게 있잖아요. 어떤 부위 달라고, 예를 들면 아가미 살이나 뽈살. 그런 말씀 막 하시는데 실제로는 다 올라갔어요. 그 앞에 있는데 그걸 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게 그 살이다라고 표현하면 아 이거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럴 때가 우리는 쪼끔 난감하죠. 손님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좀 안 맞는 경우가 있죠.”

“나도 예전에 참치 처음에 먹을 때 그때는 아 이제 그만 먹을 테니 맛있는 거 마지막으로 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주면 주는 대로 먹고 나가지 뭐 달라고 안해요.”



실장들은 각자 손님을 대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싼 부위를 드시든 비싼 부위를 드시던 간에 항상 가게마다 첫맛이거든요. 싼 부위를 드셔도 처음에 젓가락으로 입에 들어가는 것은 그게 저하고 첫 만남이잖아요. 그게 아무리 저하고 손님하고 좋은 말해도, 일단 음식점이니까 음식으로 교감이 성립이 되야죠. 좋은 부위로 첫판에 신경을 써드려요.”

실장의 말대로 처음에 한 두 점이 손님을 만족시키기도 실망시키기도 한다.

“(일본에서) 가게 마감 20분 15분 전쯤에는 풀 세일 해버려요. 전부 다. 그날 꺼 그날 소비해버리죠. 한 2천엔짜리 이게 500엔 300엔으로 팍 내립니니다. 그 한통 2~4인분 되거든요. 혼자 다 먹어요. 그때 저도 거기서 우니(성게) 스시하고 연어스시 하고 회, 거기서 맛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다보니까 직업을 바꿔 버린 거죠.”

참치는 더 이상 올리지 말라고 하고 나서 가마구이를 맛봤다.

“가마구이는 양념을 안했기 때문에 맛이 깔끔...” “안 그래도 맛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데 가면 너무 달달하게 해서 한번만 먹어도 느끼해가지고.” “양념이 진해서 그래요. 양념을 진하게 할 게 있고 이건.. 구이 감 자체가 맛이 좋기 때문에 아예 소금양념만 해야 맛을 살려주거든요. 맛이 없는 부위가 양념을 진하게 하죠.”



구이 중 맛객이 최고로 치는 건 도미머리 소금구이다. 이 가마구이도 도미처럼 손이 계속 간다. 그 만큼 맛이 괜찮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는 메밀이 제공된다. 여름이 가면 알밥으로 대체 된다고 하니 알고 계시길.

참치그라, 문득 이 집의 상호가 궁금하다. “참치그라가 무슨 뜻이에요?”

“가게 상호가 한번 보고 바로 기억 할 수 있게끔 했는데, 참치 드시게 되면 비아그라 드시는 것처럼…”

인천맛집멋집= cafe.daum.net/inchonjoa
글·사진=맛객 blog.daum.net/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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