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에 입문한 이래 여체조각에 천착해온 그다. 인체를 통해 생명력의 본질을 추구해왔다.
“여체는 나에게 모티브가 아니고 주제이자 제작행위의 생명이며 끝이 안보이는 숙제다.” 그가 자주 언급했던 이야기다.
지난 30여년의 노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열다섯번째 개인전을 서울 종로 인사동 선화랑에 펼쳐놓았다.
완벽주의자답게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전시다. 그동안 작업해온 방향과 같은 맥락에서 돌과 브론즈로 만든 여성누드상을 내놓았다.
또 한편에서는 이들 조각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자연의 풍경과 조합한 평면작품을 내놓았다. 1, 2부로 나눠 전반부는 지난 2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이어 후반부는 14~29일까지 건다.
그의 여체상은 건강한 몸매와 믿음직스럽고 풍만한 생명감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원시적인 소박성과 자연의 강렬함을 융화시켜왔다.
김이순 미술평론가는 “요즈음 ‘한국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수의 여성상들이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여성’ ‘고향’ ‘어머니’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따듯함과 푸근함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푼다.
전반부에서는 예의 입체작품을 만날 수 있다. 40여점을 내놓았다. 그간의 작품활동을 반추해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적 새로운 시도가 후반부 사진전이다.
“사진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느날 친구가 컨테이너에 수십년동안 보관돼 있는 나의 작품을 보고 ‘예술작품들을 가두어 두고 있으니 너는 죄인이다’ 라고 농담반 진담반 던지더군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안에 갇혀있는 내 사랑하는 딸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여체들을 어떻게 세상 밖으로 공개할까 궁리 끝에 작품과 조화를 이룰 주변 사진 소스를 찾아 나섰다. 평소 조각 작품을 제작하면 사진을 찍어 보관해 온 그다. 이 사진들을 풍경 사진과 포토샵으로 조합, 작품을 만들어 냈다. 여성상들을 산과 들과 바다로 내보내는 작업인 것이다.
“숱한 교정을 거쳐 완성된 사진작업은 여태껏 조각에서 결코 맛보지 못한 새롭고 벅찬 희열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초대장을 내는 작가는 생애의 시나리오를 마음대로 펼칠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02)734-0458
김경수기자 ks@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