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 양쪽을 전부 다녀왔다’

10일 오전(한국시간)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3·인터밀란)는 이날 경기를 누구보다 극적으로 치러냈다.

초반 프랑스에 페널티킥을 내줘 ‘역적’으로 몰릴 뻔하다가 곧 이어 자신이 직접 1-1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연장 120분 혈투에서는 이탈리아 ‘빗장 수비’의 한 복판에서 상대의 공세를 적절히 막아낸 뒤 승부차기에서도 키커로 나서 5-3 승리를 이끌어 냈다.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마테라치는 전반 6분 페널티지역 왼쪽을 돌파하던 상대 미드필더 플로랑 말루다를 수비하다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말았다.이를 전반 7분 지네딘 지단이 침착하게 성공시켜 승부의 추는 일찌감치 프랑스로 기우는 듯 했다.

마테라치로서는 패배 원인을 제공한 선수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했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마테라치는 전반 19분 안드레아 피를로의 오른쪽 코너킥때 공격에 가담했고 예리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볼을 향해 힘껏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직접 동점골을 만들어낸 마테라치는 부담을 모두 털어버린 듯 이후 훨훨 날았고 120분의 치열한 접전에서 티에리 앙리를 꽁꽁 묶으며 프랑스의 공세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룰렛게임’ 승부차기에서도 두번째 키커로 나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이탈리아가 5-3으로 이기는데 주역이 됐다.사실 마테라치는 이번 대회에서 주전은 아니었다.자신보다 세살이나 어린 알렉산드로 네스타의 그늘에 가려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네스타가 지난 달 22일 조별리그 최종전 체코와 경기에서 전반 17분 부상으로 빠지자 교체 투입됐다.이 경기에서 마테라치는 전반 26분 프란체스코 토티의 코너킥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 선제 결승골을 성공시켜 이탈리아가 16강에 오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네스타가 부상으로 더 이상 대회 출전이 불가능해진 데다 16강 진출의 초석을 놓은 활약 까닭에 마테라치는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호주와 16강전에서는 후반 6분 퇴장, 8강전에 뛰지 못했다.4강전에서는 120분 동안 ‘전차 군단’ 독일에 한골도 허용하지 않는 짠물 수비로 팀의 결승행에 기여했다.

1993년 마르살라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테라치는 2001년부터 인터밀란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수비수. 상대 공격수에게 매우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며 193㎝의 큰 키를 이용해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 감각이 뛰어나다.

1973년생으로 나이가 이미 서른 중반을 향하고 있는 마테라치는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대표팀 경기를 빛나는 노장 투혼으로 가장 화려하게 마무리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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