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고급스런 장식과 문양으로 인기를 끌었던 자개장. 소위 돈 있다는 사람들은 자개로 수놓은 가구들을 들여놓고 과시하곤 하던 때도 있었다. 서양식 장롱이나 붙박이 장에 밀려 한물간 물건 취급을 당하는 자개장을 여전히 애지중지하며 매만지는 이가 있다.임남현씨(47·인천시 남구 주안2동·862-5306). 13살에 자개를 배운 뒤 35년째 외길을 걷고 있는 보기드문 장인이다.

“자개를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차라리 다른 일을 하면 수입이 더 나을 거라고 얘기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이 일을 할 거예요.” 땀으로 얼룩진 붉으레한 얼굴의 임씨가 한 고객이 맡긴 2층장을 열심히 매만지고 있다.

어림잡아 120년은 되었을 거라는 2층장은 한달 전 임씨 손에 맡겨질 때는 먼지와 손때로 찌들대로 찌들고 문짝 여기저기가 어긋난 폐기물같은 몰골이었지만 지금은 귀부인테가 난다. 볼록거울을 박은 거울하며, 나무를 파고 자개를 넣은 상감기법의 단아한 문짝하며, 흰 빛이 아른거리는 백동장식, 검은듯 자줏빛이 도는 칠까지 120년 전 고운 모습이 그로 인해 되살아났다.

“이럴 때 기분 최고죠. 빛을 잃었던 자개무늬나 나전칠은 전통기법으로 닦고 칠하면 옛 모습 그대로 살아나요. 그 순간은 황홀하죠. 그래서 이 일을 못놓나봐요.”

자개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보니, 쓰다 버리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이렇게 그 귀함을 알고 임씨에게 수리나 복원을 의뢰하는 이도 있다. 자그마한 것이라도 경칩같은 장식물을 떼어내고 수차례 사포질하기, 나전칠, 떨어져나간 자개문양 복원, 때 벗기기, 광택내기, 장식물 붙이기 등 수없이 많은 손길이 필요하지만 공임은 훨씬 적으니 늘 적자일 수밖에 없다.

“자개 넣은 반닫이를 만들던 사촌형 밑에서 처음 일을 배웠어요. 집, 꽃, 나무 같은 큰 문양의 자개를 박고, 그 사이사이 아주 자잘한 문양에 일일이 톡톡톡 쳐가며 자개를 박는데 보통 힘든 노동이 아니죠. 이런 일을 하는 자개부와, 나전칠기법을 배우는 칠부를 다 거쳐야 비로서 다 배운 거예요.” 자개장 인기가 대단하던 때만 해도 밑에 직원 몇을 데리고 내 사업체를 꾸렸지만 업종의 하락세에 따라 그의 삶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형제가 있는 인천에 온 때는 15년전. 자개장을 전통기법으로 수리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보니 그에게 자개장 복원을 맡기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자개장의 가치를 더 모르죠. 부모들이 쓰던 것도 고치면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고급가구가 되는데 무조건 구식이라고 버립니다. 한 번 고치면 수십년은 너끈히 쓸 수 있는데….”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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