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치세력화의 길에 뛰어든 고건 전 국무총리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5·31 지방선거 직후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란 정치적 결사체 성격의 단체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히고 발기인 모집에 나섰지만 인물난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고 전 총리는 50대 경제전문가를 희망연대의 공동대표로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희망연대 출범 준비작업 초기에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공동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은 희망연대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희망연대 발기인 선정작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 총리는 비정치인 중심으로 발기인을 모집하되, 사회 각 분야 전문가를 포진시킬 계획이었지만 ‘미래와 경제’ 등 기존 조직과 차별화할 만한 인사를 구하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는 것. 영호남의 지역적인 균형을 맞추는 데도 예상외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이르면 이달 말 가능하리라던 희망연대 출범시기도 내달초로 늦춰졌다.정계개편의 진원지로 관심을 모았던 희망연대가 인물난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가 너무 일찍 카드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정계개편의 중심에서 범여권 통합을 이끌어 낸 뒤 대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일종의 독자세력화를 선언했지만 시기상조였다는 것. 우리당 의원은 “지금까지 기존 정당의 뒷받침 없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한 대선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고 전 총리와 함께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과 우리당의 분화 가능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 것 같다”며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설이 흘러나온 것도 그의 답답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초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고 전 총리의 대권플랜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란 반론도 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적지 않은 현역 정치인들이 정기적으로 고 전총리와 만나면서 정국을 논의하고 있다”며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은 정기국회가 끝난 연말연초에는 자연스럽게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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