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 달라졌습니다. 범인이 유죄를 인정받아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선 이젠 검사도 말을 잘해야 합니다”

수사가 끝난 사건기록을 들고 법정에서 변호인측과 공방을 벌이며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전국 주요 공판검사들이 2박3일 일정으로 ‘화술 트레이닝’에 들어간다.검찰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공판중심주의제도나 향후 실시될 ‘국민 사법참여제’ 등 변화된 재판환경에서 검사들의 법정 내 언변 능력이 수사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훈련코스’를 마련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ㆍ부산고검 등에 소속된 검사 30명은 10일부터 2박3일간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대검 공판송무부 주최로 열리는 ‘공판검사 세미나’에 참여한다.공소유지와 관련된 우수사례 발표나 강연 등 다소 진부한 일정으로 열렸던 기존의 연수와 달리 이번 세미나는 검사들의 ‘말솜씨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사들은 세미나 첫 날 새로운 공판제도에 대한 특강을 들으며 ‘워밍업’을 한 뒤 둘째날 제너럴 미디어 민성원 대표로부터 화술 강연을 듣는다.오랜 기간 연설기법을 강의해 온 민 대표는 ‘설득 스피치 개론’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검사들이 어떻게 해야 판사와 변호인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또 다른 ‘교관’은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폴(Paul) 조 변호사. 그는 구두(口頭)변론이 중시되는 미국의 형사소송에 대한 강연을 맡았다.검사들은 연극에서 쓰이는 화법도 배우게 된다.

구본진 대검 공판송무과장은 미국 서적을 자체 번역한 ‘배심재판을 위한 연극기법과 전략’이라는 교재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법정에서 활용될 연극기법을 소개한다.마지막 날 열리는 모의재판은 검사들이 배운 기술을 직접 시험해 보는 순서다.

30명의 검사들이 피고인과 판·검사, 변호인, 배심원 등 각자 역할을 맡아 미리 준비된 ‘금고털이범 사건’ 대본으로 연기 연습을 하고 한편의 ‘법정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다.이처럼 확 달라진 세미나가 열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된 공판중심주의 형사재판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이 제도에서는 수사기록을 미리 읽지 않아 ‘백지상태’인 판사가 법정에서 검사의 기소논리와 변호인의 반대논리를 생생하게 들은 뒤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따라서 수사를 잘 해 놓고도 전달력이 부족해 기대와 다른 판결이 나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검사들도 ‘달변’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한 ‘국민 사법참여제’가 도입될 경우, 검사들은 재판부 뿐 아니라 배심원으로 참석하는 국민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하므로 호소력있는 화술이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되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달라진 형사재판에서 검사는 수사기록을 ‘제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현출(顯出)’하는 것도 중요해졌다.이런 부분을 몸소 느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는 것이 이번 세미나를 마련한 취지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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