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만 해도 ‘타도 부산’을 기치로 내걸었던 중국 상하이항. 그러나 이젠 부산항과 ‘레벨’이 달라졌다.

지난 2003년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 1천만TEU 돌파와 함께 부산항을 추월하며 세계 3위 컨테이너항의 자리에 오른 상하이항은 2년 반 뒤인 2006년 상반기 처리량에서 1천만TEU를 가뿐히 넘어서며 연간 2천만TEU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다. 작년 2천300만TEU와 2천200만TEU를 각각 처리한 홍콩항과 싱가포르항도 이젠 가시권으로, 내년 새로운 순위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반기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1천8만TEU로 전년동기대비 17.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올 들어 상하이항의 월평균 컨테이너선 기항 빈도는 2천항차를 돌파했으며, 지난 5월22일에는 하루 처리량이 8만TEU를 돌파했다. 산술적으로 연간 2천900만TEU 처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상하이항 약진의 중심에는 작년 12월 개장한 양산심수항이 있었다. 양산항 1단계터미널은 6개월간 126만5천TEU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기록했다. 5선석 규모인 이 터미널의 연간 적정하역능력은 250만TEU. 개장 첫 해 이미 시설능력을 초과한 셈이다.

양산항의 절대 물동량 수치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환적화물의 점유율이 39%에 달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 내륙 장강(長江) 하구 항만과 연결되는 자국내 환적 화물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환적물량의 거의 100%가 국제환적화물인 부산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동안 상하이항이 부산항을 가장 부러워했던 부분이 전체 물량의 40%에 달하는 환적 화물이었고, 양산항 개장 이전부터 ‘국제환적항’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치는 상하이항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양산항은 육지와 32km 떨어진 소양산섬에 건설된 항만으로, 악천후에 따른 파행 운영이 예견됐지만 상반기 동안 정기선의 스케줄 준수율이 98%에 달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양산항은 하역효율 지표로 ‘5-20-25’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바지선 작업 5시간 이내 ▲모선 작업 20시간 이내 ▲외부 트레일러 하역 작업 25분 이내 완료를 의미한다.

사실 양산항 조기 활성화의 배경에는 중국에서나 가능한 ‘강제전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양산항 개장과 함께 기존 상하이 와이가오챠오(外高橋)터미널에 기항하던 13개 선사 및 얼라이언스의 17개 유럽항로를 양산항으로 일괄 전배시킨 것. 따라서 양산항 1단계터미널은 개장 직후부터 매주 17척의 선박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상하이항 기항 선박을 끌어왔다고 해서 양산항 개장이 상하이항 전체 물동량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선석의 여유는 서비스 수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물동량 증가로 이어진다. 같은 척수의 선박이 기항하더라도 해당 터미널에서 싣고 내리는 화물은 늘어나는 것이다.

부산 북항과 신항의 관계에서도 같은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부산신항이 북항 기항 선사들을 대상으로 유치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부산항 전체의 물량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출혈경쟁만 촉발시킬 뿐”이라는 논란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와 관련,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물량 창출이 무조건 신규 선사 유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부산항의 물동량이 시설능력을 초과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신항이 생김으로써 선석 여유가 생겨 서비스 수준도 좋아지고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돼 결국 부산항 전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영국기자 24pyk@shippingdail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