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이란 말에 이어 요즘엔 웰다잉(well-dying)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웰빙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외래어다. 엄밀히 말하면 외래어가 아니고 아직은 외국어일 뿐이다. 외래어는 외국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널리 쓰여 우리말로 굳어져서 우리말로 삼은 것을 가리킨다. 물론 국어사전에 올려진 말이다.

웰빙이란 말은 2002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드물게 쓰이다가 2004년도부터 급속히 퍼지면서 이제는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복지, 안녕, 행복, 번영’ 정도가 된다. 이 말은 요즘 그 쓰임이 확대되면서 ‘몸과 마음의 안녕과 행복, 잘먹고 잘살기, 멋있고 행복한 삶,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의 문화 ……’ 등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웰빙족, 웰빙식품, 웰빙침구, 웰빙상품과 같은 파생어가 생기는가 하면, 심지어는 웰이팅(well eating), 웰변(well便), 웰미(well米 ;과자이름) 따위의 황당한 말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이렇게 빈번히 쓰이는 들온말들을 국립국어원은 ‘우리말 다듬기 (http://www.malteo.net)’ 사이트에서 누리꾼(네티즌) 투표를 통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웰빙의 다듬은 우리말로는 ‘참살이’가 선정되었다.

언어의 속성이 그렇듯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을 더 좋은 다른 말로 바꿔 쓰자고 국가나 어떤 단체에서 권장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이 운동을 함께 하는 동아일보에서 신문의 쪽제목을 웰빙 대신 ‘참살이’라고 당분간 쓴 적이 있었지만 지금도 ‘참살이’가 웰빙’의 위력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탓이리라.

그러면 새로 들어온 ‘웰다잉’은 또 무엇인가?이를 직역하면 ‘잘 죽음, 잘 죽는 것’이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자는 뜻이니까 웰엔딩(well ending)이라고도 한다. 위의 웰빙과 대비하여 말하자면 웰빙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고, 웰다잉은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잘 죽는다’는 말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품위 있게 죽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삶의 끝자락에서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마치 즐거운 나들이를 왔다가 돌아가듯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는 내세를 믿는 종교가 크게 번성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외국에는 이미 웰다잉 운동이 호응을 얻어 임종을 맞는 환자에 대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까지 제정해 놓기도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환자가 존엄사(尊嚴死)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임종 때까지 간호와 호스피스(hospice) 의료봉사가 제공되는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미국과 대만, 일본은 호스피스 시설에 임종실을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잠시나마 생명을 연장시키는 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5년 1월 국립암센터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면서 이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이를 위한 준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불교계에서 ‘웰다잉 체험 교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대학에서는 자살 예방 교육과 생사학 연구소를 열고 죽음 준비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도 있다.

그러면 이미 널리 알려진 웰빙이라는 말과 신조어 웰다잉이란 말을 그대로 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웰빙의 다듬은 말로는 앞에서 언급한 ‘참살이’가 있다. 그러나 외국말을 우리말로 옮길 때 모든 언어 환경에서 정확에게 들어맞기가 그리 쉽지 않다. 글쓴이가 지은 책에서 이를 상황에 따라 ‘멋있게 살기, 건강 문화, 행복 문화’ 등으로 바꿔 써 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웰다잉도 이 말이 외래어로 굳어지기 전에 우리말로 바꿔 써야 마땅하다. 음절수가 좀 길어지더라도 ‘품위 있는 죽음, 행복한 죽음, 행복 임종’ 이란 말로 대치할 수 있으며, 짧게 쓰려면 앞에 나왔던 한자말로 ‘존엄사(尊嚴死)’나 ‘행복사(幸福死)’도 권장해 볼 만하다. 이는 안락사(安樂死)의 개념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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