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월드컵 응원 광고 촬영 수익금을 병마에 시달리는 선배의 진료비로 전달, ‘돈’에 귀먼 비정상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청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인천성동학교(교장·윤휘철) 중고등학부 학생 12명과 교사 2명이 월드컵 출전 축구 선수들을 응원하는 휴대폰 TV광고에 출연, 화제가 된 바 있다.

짧은 시간 방영되는 광고지만 실제 촬영은 하루 종일의 연습과 반복 연기가 되풀이돼 학생들은 기진맥진 할 정도로 고생을 했다.그러나 이들은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더 나가 또 다른 청각장애학생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어려움을 잘 참아 ‘내용 있는 광고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학생들의 해맑은 얼굴과 아름다운 손짓이 화면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자 학생들은 유명인사가 됐고 학생 스스로도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광고 출연료라는 부수입도 생겼다.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짭짤한(?)’ 덤을 챙긴 성동학생들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졸업생 이영민(41·중학부 17회) 선배를 생각해 냈다.

고생하는 선배를 위해 출연료를 쓰자는 데 반대하는 광고 출연자들은 없었고 학생회의 결정에 따라 최근 학생회 임원과 교사가 직접 이씨의 안산 집을 방문, 성금을 전달했다.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는 이씨는 10여 년 전 부터 만성신부전증과 합병증인 폐부종, 고혈압 등으로 직장생활 자체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이들의 성금 외에도 또 다른 독지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032-524-3545)

한편 학생시절 착하고 성실했던 이씨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있는 몇 몇 교사들은 지난 4월에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전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스승의 그 제자’라는 칭찬을 듣게 됐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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