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관서 등으로 연행해온 관행이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로 경찰서로 끌려가 긴급체포를 당한 후 감시 소홀을 틈 타 달아난 혐의(도주죄)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내세워 피의자나 참고인을 수사기관으로 데려가 조사하다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해온 편법적인 수사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불가피해졌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3조는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는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또는 출장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당해인은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해진 임의동행은 사실상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며 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불법체포로 인해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표를 사용한 박씨의 누나로부터 ‘동생이 수표를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후 경찰관 4명을 보내 박씨를 집앞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했다.그 후 대질조사 등을 거쳐 박씨를 긴급체포했으나 박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곧바로 붙잡혔다.

조사 과정에서 박씨의 누나가 거짓 진술을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검찰은 “절도와 관련한 진술 외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긴급체포할 수 없어 임의동행했다”며 박씨를 도주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하급심 재판부는 박씨의 도주죄를 무죄로 선고했으며 박씨의 누나에게는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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