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국·과장에게 듣기 언짢은 말로 면박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 예산서나 들여다 보고 출신 지역구에 사업을 밀어주는 구태는 이제 끝장을 내야한다”

민선 5기 전반기 중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이승언(64) 신임의장이 밝히는 의정운영에 대한 기본 생각이다. 대의기관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꿰뚫고, 진정 중구 전체를 위한 일 무엇인가를 고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의회는 집행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의회기능의 전부일 수 없습니다. 집행부와 굳히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기좋은 중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의장은 5대 중구의회는 혁신적인 의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집행부와 불편한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를 통해 신나게 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구의회를 구민들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밑천은 다름이 아닌 민선 5기를 구성한 중구의원들이다. 집행부와 밀약에 의해 움직이는 의회가 아니라, 구민을 위한 투명한 의정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갖췄다는 게 이 의장의 설명이다.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더 이상 중구의회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로서의 틀을 갖췄다고 장담했다.

예전의 중구의회와 달리 의원들이 젊어졌고, 전문지식을 갖춘 인물들이 의회에 대거 포진한 것을 그는 예로 들었다.이 의장의 의회운영 초점 역시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도심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구민수는 9만여명으로 5년전이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영종신도시가 생겨난 것을 감안하면 내륙은 오히려 공동화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중구의 살 길은 굴뚝없는 산업 ‘관광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장은 의회의 활동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중구에 연고를 두고 있는 항만공사와 인천해양수산청 등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8부두를 중핵으로 세우고 자유공원, 월미도, 차이나타운과 연계한 발전전략을 이들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 복안이다.

이 의장은 “필요하다면 의회안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전문인력을 활용해 발전전략도 세울 것이다”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청장과 공무원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할 일이 뭔가를 찾아 나서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그는 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 중구의회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2003년 영종도가 송도, 청라와 함께 전국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중구에 떨어지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 이 의장의 인식이다.

인·허가권 등 실직적인 권한행사는 경제청에 다 있고, 중구는 청소나 민원서류발급 등 허드렛일에 매달리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중구는 내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경제청을 상대로 할 말은 해 실익을 얻어내는 의회의 위상을 다잡겠다는 것의 이 의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송도와 청라 등이 위치한 연수구와 서구의회와도 연대해 공동 대책과 대응을 같이 할 뜻도 밝혔다.

의장이 청장과 같은 당이라 의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의원들이 책임있게 일 하는데 못할 얘기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이 의장은 구민으로부터 믿음을 얻고, 균형감을 잃지 않고 의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구민들에게 당부하는 그의 말에도 힘이 꽉 차 있었다.

“구민 여러분! 잠시 우리가 자만하고 있는 사이 옛 영광은 사라지고, 인천의 변두리, 쇠락한 구도심의 상징 도시로만이 중구에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쇠락한 중구를 후대에게 물려 줄 수는 없습니다.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저 역시 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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