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끝난 KBS의 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 나오는 한씨네 국수있죠? 바로 우리 집안에서 만든 국수랍니다.”

인천 석바위시장에서 17년째 ‘나리네 손칼국수’라는 칼국수·만두피 판매가게를 하고 있는 이향진씨(36). 뽀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만두피를 일사불란하게 찍어내는 손놀림이 보통솜씨가 아니다.




국수를 뽑아내기 전 단계의 넓적한 반죽을 수십겹 겹쳐놓고는 남편이 손수제작한 수작업용 틀로 눌러내면 동그란 만두피가 예쁘게 뽑아져 나온다. 더 나은 맛을 위해, 찰기를 더 좋게 하기 위해 수없이 반죽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때문인지 멀리 부평에서도 만두피를 사러 오는 단골이 있을 정도.

“그 드라마에 나오는 한씨네 국수가 바로 ‘권오길손국수’라는 거예요. 권오길씨는 제 고종사촌오빠이시죠. 저의 고모부가 오랫동안 마른 국수 사업을 하셨는데 그 자손들인 오빠들도 가업을 이어 칼국수, 만두피 등 밀가루 관련 일을 하게 됐지요. 60년된 손 칼국수 제조업체라는 점이 인연이 돼 오길 오빠는 드라마속 국수공장 세트 배치, 국수 같은 소품 조달을 책임지는 기술감독까지 하셨어요. 저도 고모부에게 배워서 이 일을 시작했구요.”

설 명절을 며칠 앞둔 25일, 이씨네 가게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가게 안쪽에서는 남편 손세용씨가 연신 기계로 반죽을 만들어내고, 아내는 판매대에서 만두피를 찍고 포장하고 파느라 분주하다. 설 대목때 하루 만두피 판매량은 무려 20킬로그램짜리 밀가루 10포대 가량.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생만두피 특유의 맛에, 냉동보관했다가 자연해동하면 다시 처음 맛을 느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촉촉한 칼국수용 물국수, 만두피는 어느 것과 비교해도 자신있어요. 고객들도 한 업종을 고집하며 신뢰를 쌓아온 저희를 알기에 계속 찾아주시겠지요? 웰빙시대에 걸맞게 천연재료로 색을 낸 건강 칼국수도 곧 만들 계획입니다.” 이씨의 표정에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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