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업체와 협약을 맺고 공장을 확충해야 하는 인천지역 제조업체인 A기업은 남동산업단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아연 실색했다.

다음달 말까지 공장시설을 늘리기 위해 두달 동안 남동산단 내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현재의 자금 사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서 소개한 평당 가격은 무려 400만원이 넘었고, 건물까지 포함하면 평당 500만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있는 공장과 거리가 멀어지면 관리가 쉽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이 업체 관계자는 “일본기업과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됐는데 남동산단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 걱정이 크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남동산단에서 일을 벌일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B사도 폭등한 남동산단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공장증설 지역으로 전북 군산을 선택했다.남동산업단지의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다. 4일 지역 산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남동산단의 최근 평당 부지 가격은 이미 400만원을 돌파했고 앞으로 계속 상승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모 250평 규모의 공장 부지는 평당 430만원, 건물은 100만원 등 모두 530만원씩 12억원에 팔렸다. 부동산 업소에도 920평 공장이 평당 434만원, 200평이 550만원, 1천평이 420만원에 나와있다.

남동산단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가 아닌 임대업자들의 구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천평 규모의 공장에 70여개 업체에 임대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런 추세에 대해 뚜렷한 원인을 찾긴 힘들지만 송도국제도시 개발의 영향의 크다는 것이 대부분의 지적이다. 바로 인접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내 기업부지 가격 상승과 동반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지 정부는 산업단지가 부동산 투기 대상이 되지 않도록 임대사업자가 공장 등을 구입한지 3∼5년도 안돼 공장을 팔면 산업단지 관리기관에 취득원가로 매각하도록 법제화하기로 했다.그러나 임대사업자가 이를 어겨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되고, 제조업체가 소유 공장의 일부만 운영하고 대부분 시설을 임대 등으로 편법 운영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상태라면 남동산단은 산업단지로서의 역할은 끝났다”며 “남동산단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산업단지 토지거래 허가제’ 같은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 실제 기업을 하는 업체들이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구기자 h1565@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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