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2006 독일월드컵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다.

월드컵에서 각각 세차례 우승경험이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서 운명을 건 준결승 격돌을 벌인다.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올라온 독일과 우크라이나를 완파하고 4강에 오른 이탈리아는 나름대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우선 독일의 화력과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카테나치오) 대결로 요약된다.이번대회에서 독일은 4강팀 중 가장 많은 11골을 넣었고 이탈리아는 5경기에서 단 1골만 내줬다.그것도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내준 자책골이 유일한 실점이다.

◇클린스만-리피 ‘자유분방-강골형’ 사령탑 대결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은 “우리는 배가 고프다. 더 많은 걸 원한다”면서 ‘히딩크 어법’과 비슷한 출사표로 우승 열망을 표현했다.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우리와 독일 모두에게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4강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결승행 의지를 피력했다.

클린스만과 리피는 대조적인 이력의 사령탑이다.현역시절 ‘금발 폭격기’로 불린 42세의 젊은 지도자 클린스만은 1980-1990년대 분데스리가 득점왕,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로 뽑히며 유럽 무대를 주름잡았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견인한 당대 최고 스타 출신이다.

58세의 리피는 이탈리아 B대표팀에서 고작 2경기 출전한 것으로 현역시절 국제무대 경험을 끝냈지만 유벤투스 사령탑으로 수차례 우승컵에 입맞추며 세리에A의 대표적인 명장 입지를 굳혔다.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자유분방형의 클린스만과 늘 시가를 입에 문 딱딱한 인상의 리피는 풍기는 분위기에서도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이다.

클린스만은 월드컵 이전 독일 언론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가족을 보러 다니면서어떻게 대표팀을 지휘하느냐’는 질타를 받았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보란듯이 4강행을 달성했다.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세 차례나 패하는 불운을 경험한 리피는 2000년 잠시 인터밀란 감독을 맡았을 때 ‘선수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겠다’며 폭언을 서슴지 않았던 강골이다.

◇1970년의 추억

양팀의 4강 격돌은 올드 팬들에게 1970년 멕시코월드컵 준결승을 떠올리게 한다.이탈리아는 아즈테카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당시 서독을 맞아 연장 혈투끝에 4-3 승리를 거뒀다.연장 후반 6분에 터진 지오바니 리바의 결승골이 이탈리아를 결승으로 인도했다.이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프란츠 베켄바워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도 서독이 비록 패했지만 주저없이 이 경기를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친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역대 전적에서 13승8무7패로 앞서고 있다.특히 월드컵에서는 유난히 독일에 강했다.1982년 스페인월드컵 결승에서도 이탈리아는 파올로 로시라는 스타를 탄생시키며 서독에 3-1 승리를 거뒀다.이탈리아는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피렌체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독일에 4-1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클린스만을 일순 위기에 몰리게 한 경기였다. 반면 역대 전적에서 뒤지는 독일은 ‘도르트문트 불패 신화’를 믿고 있다.독일대표팀은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14차례 A매치에서 13승을 거뒀다.1977년 웨일스와 비긴 게 유일한 무승 기록이다.독일 선수들은 ‘도르트문트의 공기가 다르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포지션별 전력분석

포워드진은 독일의 상대적 우위, 미드필더진은 백중, 수비진은 이탈리아의 우세라는 판도 분석이 지배적이다.독일은 득점 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제(브레멘)와 강력한 신인상 후보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가 8골을 합작해 내며 확실한 쌍포를 장착했다.여기다 올리버 뇌빌(보루시아MG)이라는 베테랑 조커도 대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리에A 득점왕 루카 토니(피오렌티나)가 우크라이나전에서 2골을 뽑아내며 시동을 걸었지만 알베르트 질라르디노(AC밀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미하엘 발라크(첼시 이적예정)가 이끄는 전차군단의 중원과 AC밀란 듀오 안드레아 피를로, 젠나로 가투소가 버틴 이탈리아 미드필더진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독일은 토르스텐 프링스(브레멘)가 아르헨티나전 직후 난투극에 휘말려 FIFA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걸린다.수비진은 이탈리아가 전통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빗장수비의 핵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는 부상으로 끝내 준결승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경고누적 징계가 풀린 마르코 마테라치(인터밀란)가 돌아온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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