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항만의 운송·하역업무를 손바닥의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는 사람.

인천 항만에서 젊음을 보낸 최규은 대한통운 석탄부두운영사업소 소장(50)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항만 종사자들 중에는 장기근속자들이 많아 수 십년 이력은 보통이지만, 최 소장은 ‘배차’라는 한 분야에서 20년이 넘게 일해 전문가로 통한다.

“82년 첫 입사 후 맡은 업무가 배차였습니다. 단순히 차량의 운행시간을 조정배치하는 쉬운 업무라고 여기시겠지만, 항만 하역 및 운송업무 전반을 알아야 해낼 수 있는 특수한 분야지요.”

컨테이너, 원목, 벌크류…. 인천항을 통해 오고가는 수많은 품목을 밤낮으로 실어나르는 80여대의 덤프트럭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차량의 상태, 운전자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건강상태, 운송하는 물건의 종류, 항만의 하역상황 등이 가변적이다보니 그 역시 먼지 바람 몰아치는 항만 현장을 누벼야 했다.

“현 컨테이너터미널이 있는 남항부두에는 1만평 규모의 유연탄 야적장이 있었죠. 축대를 쌓아 만든, 부두로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제는 번듯하게 변했습니다. 중부선(철로)으로, 차량으로 쉴 새 없이 화물들이 옮겨졌어요. 당시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라고는 주요 명절 이틀이 다였으니 주말휴일이란 것은 생각도 못했지요. 새벽 별 보고 출근해 달보고 퇴근한다는 말은 그 당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저의 인생에서도 회사로서도 큰 부흥기였던 것같습니다.”

배차를 담당하며 터득한 하역·운송분야 전문지식은 영업팀장으로 일하게 됐을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선주, 화주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운송영업을 해 30~40% 실적이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내 일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자부심이 생기더군요. 저도 입사 초기에는 여느 사람들처럼 몇 년 다니다 퇴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일이 최고’라며 일하다보니 어느새 회사내에서 이 분야 최고참이 됐습니다. ”

3개월전 현 자리로 부임한 최 소장은 직원들을 독려하며 새로운 변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관행에 따르며 안주할 수 있지만 개선해야 할 것이 눈에 띄는데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10만평 규모 석탄부두에 입주해 있는 한 회사의 책임자로서 그는 지금 새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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