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과 대표항만...

축구에서 세계 최강국을 가리는 월드컵 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개최되고 있다.

자국 팀을 열렬히 응원하며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세계 유명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를 감상하는 월드컵의 메인 메뉴라면, 사이드메뉴는 FIFA 랭킹을 무시하는 ‘이변의 속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자체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 리그를 운영하고 있고,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축구 선진국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국가들에 무릎을 꿇는 이유에 대해 혹자는 내셔널리즘을 들기도 하고 헝그리 정신을 내세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스포츠 분야에 애국심을 앞세우는 나라나 공만 잘 차면 인생 역전이 가능한 아프리카의 일부 빈국들은 희생정신과 허슬플레이로 경기력을 한층 높인다는 논리다. 아울러 자국 리그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한두달 전에 모아놓은 스타 군단보다 높은 조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선·후진국간 차이는 항만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 컨테이너 물류 흐름에 있어 가장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항만이다.

LA, 롱비치 등 미국 서부 항만에서의 체선·체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고, 유럽 항만들은 그나마 생산력 향상으로 개발 수요를 충당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각기 국제 물류중심지를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항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벌써부터 시설 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과 유럽 항만에서의 체선·체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두를 많이 짓고, 배후수송망을 충분히 갖추면 바로 해결된다. 그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술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환경 문제에 대한 정부와 환경단체의 규제, 그리고 지역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힘이 막강하고 개발 우선 정책을 추구하는 중국은 일단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공기를 단축하는 경우는 있어도 연기되는 일은 없다.

양산항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에는 현장 근로자들의 ‘허슬플레이’도 한 몫 했다고 한다.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에 따르면, 1천500여일에 달하는 공사 기간 동안 웬만한 부상은 참고 일하는 것은 물론이요, 가족이 사고를 당해도 현장을 지키며, 실연을 당한 사례는 수없이 많고, 심지어는 이혼을 당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비록 중국과 같이 부지 확보를 위해 몇 달 만에 수천 명을 이주시키거나, 근로자들에게 가정 파탄까지 감수해 가며 일할 것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추진력을 발휘하지는 않고 있으나 항만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고, 정부의 개발 의지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 광양, 인천 등 주력 항만에서 다른 산업분야나 정치적 요인들이 해운·항만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팀워크'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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