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의 주인은 우리 학생들이다. 급식법에도 급식의 목적은 아이들의 체위 향상에 있다고 적혀 있다. 우리는 그간 너무 주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어른들의 논리로 급식을 하지 않아나 반성해야 한다.

누구나 양질의 급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양질의 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방법이 지나치게 철학적이다. 급식 특히 학교 급식은 철학이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 내 자식은 잘 먹이고 남의 자식은 제대로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철학적 접근으로는 불량 급식 문제가 해결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돼지고기를 요구하면서도 양질의 돼지고기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돼지고기는 180일 정도 사육해야 하고 화학적·생물학적으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관능검사(오감검사) 때 다른 냄새가 나지 않고 색깔이 좋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돼지고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과학적 방법으로 돼지고기를 관리한 급식 납품업자를 향해 ‘너는 중소기업이니까’ ‘너는 장사꾼이니까’하는 이유를 달아 불신하고 배척한다. 때문에 식자재 산업이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현재 영업 중인 학교와 거래가 끊길지 모르는데 어떻게 급식업체가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고가 나면 소비자들은 불량 식자재니 불량 급식이니 운운하며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이제 학교 급식이 과학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식자재에 대한 표준 규격이 필요하다. 표준 규격이 없다 보니 관능검사에 의존하게 되고 관능검사는 보는 사람 즉 결정권자의 절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돼지고기에서 돼지 냄새가 난다고, 낙지에서 낙지 냄새가 난다고 반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업자는 화학약품 등으로 화장(?)을 해서 납품하게 된다. 식자재에 대한 표준규격과 식자재 급식업체를 과학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들이다.

물론 학교에 업체 선정기준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철학적이다. 선정하는 주체 즉 운영위원이나 소위원회 분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의 검수 위원들은 식자재 검수에 대한 교육을 필한 사람이 나서야 하고 업체 선정 위원들은 업계 특성에 맞는 선정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뽑혀야 한다.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과학적으로 결정하는 지혜를 모아 안전한 먹을거리가 학교 급식에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질의 급식을 위해 식자재업에 대한 업종 분류가 필요하다. 전처리업이나 특정분야만 등록제나 허가제로 고시하면 업체들은 현재와 같이 자유업으로 급식에 참여,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또 당일에 들여와 당일에 소진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급식 식자재는 별도의 위생법 고시가 필요하다. 현 식품공정 상에서 냉동제품은 영하 18℃로 유통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제품을 당일 입고, 당일 소진해야 하는 학교 급식에서 이 법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식자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급식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일부 세력에 의해 바른 먹을거리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다시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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