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실버.’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건강과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면 노년은 행복하다.

인천 계양구 효성2동에 있는 50평 규모의 ‘인천계양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은 일하려는 노인들에게는 반갑고 즐거운 일터다.2003년 8월, 한 교회의 빈 터를 빌려 문을 연 이곳에서는 60~80대 노인 20여 명이 일한다. 협력업체로 선정돼 입주해 있는 회사(미광사)의 직원으로 채용돼 여느 젊은이들처럼 정시 출퇴근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갈 데가 있다는 게 제일 좋지. 우두커니 집을 지키고 있기도, 노인정에 나가 있기도 하루이틀이지 오히려 병이 난다니까. 여기 나오고 나서는 사는게 활기차지.” 82세의 최옥녀 할머니는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이 작업장이 인천에 처음 생기던 3년전부터 일해왔다.

각 단계로 나눠 종이가방을 조립완성하는 작업공정이 연로한 노인들에게는 까다롭고 벅찼지만, 대다수는 초기 어려움을 이겨내 이제는 능숙한 작업자가 되었다.

작업시간에 따라 각자 받는 월 평균 15만~20만원은 요긴하고 든든한 힘이 된다. “자식들에게 매번 손벌릴 때가 제일 싫어. 내가 벌어 쓰고 싶은데 쓰니까 제일 맘 편하지 뭐.” “손주들 용돈도 내가 다 줘. 얼마나 떳떳한지 몰라.” “여기서 번 돈으로 나는 병원에 다녀. 아들 며느리는 그만두라고 하지만, 나는 몸 성할 때까지는 다닐거야. 우리같은 사람들이 어디서 돈을 벌어?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데….” 회사 구내식당에서 따듯한 점심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돈버는 재미(?)를 털어놓는다. 이런저런 얘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다는 것도 즐겁다.

“일하는 속도는 당연히 더디시지요. 그렇지만 책임감과 꼼꼼함은 최고이십니다. 비가 와도, 한 겨울 길이 얼어붙어도 정시에 출근하십니다. 이런 분들이 계속 일하실 수 있도록 제가 일감을 많이 찾아드려야 하는데 불경기로 그렇지 못해 죄송하지요.” 미광사 김종집 대표는 계양시니어클럽 운영주체인 (사)인천내일을 여는 집이 노인을 채용할 협력업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을 했다.

이 일터 운영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광식 목사는 “일을 하며 활기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노인분들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라며 “현재는 복지부에서 운영자들의 인건비만 지원되므로 각 시, 구에서 작업 공간 마련 등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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