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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웅과의 만남

전쟁영웅과의 만남

송권면(인천보훈지청장)

인천보훈지청장으로 발령받고 얼마 안 지난 6월 3일 강화군 송해면에 있는 강화독립부대 유격군 충혼비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하였다. 내빈석의 참전군인 모자를 쓰신 80대 노인에게 “인천보훈지청장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다른 분들 처럼 일어나서 인사를 받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으셔서 손만 내민 채 “나 김동석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무릎이 안 좋은 상태라고 한다.

그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이라서 그저 평범한 참전용사 중 한 분인가 생각하고 바로 그분 옆자리에 앉았다. 그분이 유격군동지회장님을 불러 “내가 건강이 안 좋아 본 행사에서 인사하기는 힘드니 미리 인사할게”라고 말씀하시고는 바로 옆의 사회자석에 마련된 마이크로 “첩보수집을 위해 부득이 많은 부하들을 적지로 올려보내 희생을 당하게 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불가피했어요.

먼저 간 부하들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빌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분이 자리에 앉자마자 “첩보대장으로 많은 공적을 세우셨나 봐요?”하고 물으니 ”나 김동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몰라요?“ 하시면서 책 한 권을 주셨다. 책제목이 ‘This Man 김동석 이 사람’이었다. 표지를 넘기자 약력란에 러시아 연해주 출생이라고 쓰여 있기에 ”선생님 저 연해주를 다녀왔어요. 핫산,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톡, 우스리스크를 둘러보았어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분은 매우 반가워하시면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연해주로 이주하게 된 동기와 자신의 성장과정 등에 대해서 몇가지 말씀해주셨다.

행사를 마친 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읽기 시작하여 그날 밤 그 책을 모두 읽었는데 너무나 감동적이고 가슴이 뭉클한 내용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전쟁영웅을 내가 왜 모르고 있었나 하고 자문하였다. 아마 이글을 읽는 분들도 나와 같이 김동석이라는 분에 대하여 잘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분 따님만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가수 “진미령(본명 김미령)”이다.

지난 1988년도부터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을 미국과 공동으로 추진했는데, 당시 가장 용맹스럽게 싸운 전쟁영웅을 양국에서 두 사람씩 뽑기로 했다. 미국측에선 맥아더 원수와 릿지웨이 대장을 뽑았고, 한국측은 백선엽 대장과 김동석 대령을 선정했다. 장군이 아닌 대령이 4명의 전쟁영웅 중 한명으로 뽑힌 것은 전시에 제일 중요한 적의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제공,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었다.

‘This Man 김동석 이 사람’ 책자에 의하면 김선생님은 1923년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에서 태어났으며 광복 이후 중국 국민당 의용군에 입대해 소령으로 임관되었는데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인들이 조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다가 중국의 조선족 공산당에 붙잡혀 사형집행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육사 8기 제17연대 11중대장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박성철이 지휘한 북한군 15사단을 전멸시켜 부대 전장병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1950년 9월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소속 미군 연락장교로 발령받아 첩보세계에 입문했는데 낙동강 방어선까지 내려온 인민군이 갑자기 사라진 일이 있었다.

미군이 비행기로 아무리 정찰해도 적의 행방이 전혀 밝혀지지 않자 김선생님은 공작팀을 동원해 경북 상주군 낙동면 부근 모래속에 숨어 있던 2개 사단 규모의 인민군을 찾아내 미군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괴멸시켰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첩보를 미군에게 제공하자 맥아더 장군이 김선생님의 사진을 가리키며 "정보 제공자가 이 사람(This man)이냐"는 질문을 던졌다는 일화가 있다고 한다. 1961년까지 육군첩보부대 파견대장으로 근무하다가 5·16 이후 예편해 삼척군수, 강릉·속초·목포·수원시장, 경기도기획관리실장, 황해도지사 등을 역임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소신껏 일을 해왔다고 한다.

월드컵 열기속에 파묻혀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오늘날 스포츠는 물론 경제력에 있어서도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반세기전 자유수호의 최일선에 섰던 전몰 호국영령들과 전쟁영웅 김동석 선생님 같은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들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모두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이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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