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에 FA를 신청하겠지만, 인천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인천 야구 팬들은 올 시즌 군 복무 때문에 그라운드를 떠난 이호준(30) 선수의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 2000년 해태타이거스에서 신생팀 SK와이번스로 이적한 후 줄곧 4번타자로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펼쳤던 부상투혼은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다.

부평국민체육센터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그는 “입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무릎부상 때문에 올 시즌 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군 복무와 동시에 몸 만들기를 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고 있다고 전한다.

후배 이진영이 올 초 WBC에 출전, 군 면제를 받은 것이 부럽지 않느냐고 하자 “그 친구 팔자지요”라며 빙그레 웃어넘긴다. 이호준은 프로야구계에서 낙천주의자로 꼽히고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이다. ‘유쾌한 뻥쟁이’가 그의 별명이란다. 워낙 입담이 좋아 몇 년 전에는 허구연 야구해설자에게 해설 권유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호준 만큼 근성이 강한 선수가 드물다. 억울하다 싶은 판정 때문에 삼진이라도 당하면 배트를 내던지면서 무언의 시위를 하곤 했다. 2004년 삼성라이온즈와의 빈볼 시비가 일어났을 때 삼성측 덕아웃으로 달려 들어간 선수가 바로 이호준이었다.

“인천에 처음 왔을 때 왠지 사람들이 냉정하고 깍쟁이같은 분위가 느껴졌지만, 와이프를 만나면서 저도 완전히 인천사람이 됐습니다.”

2001년 이호준은 초등학교 교사와 만나기로 한 소개팅에서 ‘대타’로 나온 스튜어디스 홍연실(28)씨와 결혼했다. 이후 부평은 그의 생활터전이 됐다. 부인이 명신여고 출신의 부평토박이라는 인연 때문이다.

“두 집안의 내력에서 강한 유사성을 느끼면서 천생연분임을 알게 됐어요.” 이호준 커플은 공히 경찰공무원 아버지와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또한 장모님과 생일이 일치한다는 인연까지 소개했다.

이호준은 “2003년 한국시리즈 때 우승하지 못했던 것이 내내 아쉽다”며 “인천 팬들을 위해서 큰 일 한번 내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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