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첸코, 너의 능력을 보여줘’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최고의 ‘이변 팀’으로떠오른 우크라이나가 ‘빗장 수비’의 대명사 이탈리아(1일 0시)를 상대로 4강 진출의 기적을 꿈꾼다.

객관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월드컵 새내기’ 우크라이나가 월드컵 3회 우승과 함께 무려 16번째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룩한 이탈리아를 따라 잡는다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도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H조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에 0-4 패배를 당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4-0 승리를 거두면서 오뚝이처럼 일어섰고, 튀니지전에서 ‘득점 기계’ 안드리 셉첸코(첼시)가 스스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결승골까지 성공시켜 기적처럼 16강에 올랐다.

말 그대로 ‘자신감’이 최고의 무기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월드컵 본선 진출로 전 세계 축구팬들은 세계적인 ‘득점기계’ 셉첸코의 모습을 월드컵에서 처음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셉첸코는 유럽지역 예선 9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조국의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터라 일찌감치 ‘득점왕’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월드컵 개막을 한달여 앞두고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셉첸코는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주변의 우려를 떨치고 마침내 독일 땅을 밟았다.

하지만 셉첸코의 월드컵 데뷔전은 축구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스페인의 치밀한 수비에 막힌 셉첸코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팀 역시 0-4로 대패하면서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이 점쳐졌다.
더구나 셉첸코의 득점력을 받쳐줄 미드필더진의 부진으로 우크라이나는 ‘셉첸코의 원맨팀’이라는 속상한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약체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셉첸코의 부활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셉첸코는 2-0으로 앞서던 후반 1분 헤딩 슈팅으로 자신의 ‘월드컵 1호골’을 터트린 뒤 후반39분 막심 칼리니첸코의 골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하면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셉첸코는 튀니지와 3차전에서 후반 25분 페널티지역에서 골키퍼와 상대 수비수를 동시에 유린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스스로 결승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켜 월드컵 첫 진출에 기뻐하던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16강 진출의 선물까지 안겨줬다.

비록 스위스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잠시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셉첸코의 또 다른 목표는 ‘카데나치오(빗장수비)’ 이탈리아의 철벽수비를 넘는 것. 셉첸코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잔뼈가 굵은 세리아A에서 뛰는 선수들인 만큼 장단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장점이 있다.

비록 잉글랜드 첼시로 이적한 셉첸코지만 세리아A 최고의 거미손으로 정평이 난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와 맞대결 역시 이번 8강전 최고의 볼거리로 떠올랐다.

과연 셉첸코가 이탈리아전을 통해 세계 최고의 ‘득점기계’다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