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더 큰 꿈과 희망을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인천시 옹진군 섬마을 외딴 분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지광훈(23)씨. 더욱이 그는 포르투갈 영주권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지씨는 입대를 기다리던 중 인천영어마을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친구의 소개를 받고 이달 초부터 영어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영어마을과 옹진군이 계약을 맺고 교사들을 섬으로 파견, 섬마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평소 영어를 접하기 힘든 섬마을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지요. 이곳에는 학원도 없고 과외활동도 없기 때문에 영어캠프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루한 교재보다는 일상생활의 회화나 발음지도를 중점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그는 자월면 내 자월도와 이작도, 승봉도 등 세 개 섬 분교를 매일 배를 타고 오간다.

섬에서 홀로 지내면서 식사도 혼자 해결하고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어 외로움도 느끼지만 가끔 마을사람들이 ‘영어 선생님’이라며 배 삯을 저렴하게 해주면 가족 같은 친근감도 든다.

“배를 타고 세 개의 섬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배 멀미도 많이 나요. 하루에 배가 몇 편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하는 촉박함도 느끼지만, 배움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머뭇거릴 수 있나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바라볼 때면 어느새 힘이 불끈 솟는 답니다.”

그는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며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큰 꿈을 심어준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지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포르투갈로 이민을 간 후 고등학교까지 미국 국제학교를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교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이 아닌 곳에서 외국생활을 경험하며 살았기에 외교에 관심이 많아져 전공도 자연스레 택하게 됐다.

그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한국을 방문하지만 이번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왔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해서 직업을 가질 지, 한국에 들어와서 직업을 가질 지 고민을 했어요. 그러던 중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군대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몸속에는 한국 사람의 피가 흐르지만 영주권을 핑계 삼아 군대를 안가고 싶진 않아요. 제겐 미국과 한국, 둘 다 놓치기 싫은 곳입니다. 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에 갈등도 느꼈지만 좋은 도전과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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