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인현동 씨·아리 소극장에선 지난달 28부터 이달 12일까지 청소년 극단 ‘P for J’의 작품 ‘끈’을 올렸다.

지역 연극계의 ‘썰렁한 객석’이 이곳에선 예외다.

연일 젊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어 청소년 중·고생 극단 ‘광기 퍼포먼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24~26일 올릴 연극 ‘트라이앵글’에 대한 막바지 연습을 위해서다.

이들 극단 역시 관객 유치에 대한 걱정은 없다.

또래의 친구들이 몰려와 격려와 환호의 박수를 보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일내내 소극장은 온통 고교생 관객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씨·아리 소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매년 여름방학 이곳은 젊은극단 차지다.

소극장을 연 진정하 대표의 의지에서 시작된 일이다.
“개관을 하면서 젊은 연극인들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자고 방침을 세웠습니다.
연습도 하고 공연도 올릴 수 있는 공간이지요.
올해로 이제 3년째인데 기대이상 열기가 뜨겁습니다.
극단은 밤을 새워 연습 해서 창작극을 선보이죠. 깜짝 놀랄만큼 관객들이 몰려옵니다.”

지역내 민간 소극장이 경연난을 이기지못해 쓰러져가는 상황에서 꿋꿋이 극장을 지키고 있는 그다.

인천에서 연극을 한지 어느덧 31년이 흘렀다.

배우로 연출자로 극단대표로 종횡무진하며 지내온 시간이다.

▲연극인을 위한, 연극인에 의한 공간

남들보다 젊은 나이에 극단 대표를 맡은 그는 늘 그들만의 전용 소극장을 갈구해왔다.

몇달을 땀을 쏟아 완성한 작품임에도 며칠만에 내려야하는 현실이 아팠다.

몇십년만에 그 소원을 푼다.

지난 2004년 11월 중구 인현동에서 둥지를 튼다.

비록 지하의 협소한 공간이지만 더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건이 났을 당시 인근에서 살았어요.

사건직후 현장을 목격한 순간 이곳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은 사명감과도 같았어요.

극단 연습실을 옮겨다니다 몇년이 흘러 다시 왔더니 여전히 빈공간이더군요.

건물 주인을 찾아가 소극장을 꾸미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곳에 짐을 풀어놓은 사연을 들려준다.

이후 순탄치 만은 않았다.

제작비를 거둬들일 만큼의 흥행은 여전히 소원한 일이었다.

공간 자체도 부실함을 지닌 채 출발했다.

“흥행보다는 예술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처음부터의 목표였어요.

다양한 실험극이 가능한 무대인 거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는 겁니다.

개관 10년되는 시점엔 호프집 화재 사건을 회고하는 행사를 치르려고 해요.

소극장 개관이야말로 내 생애에서 잘한 일 중 하나 입니다.”

프랑스의 어느 연극전용 소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베게트의 ‘행복한 나날’이라는 1인극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곳이죠.
관객이 극을 보면서 감동에 못이겨 기절할 것을 대비해서 공연전 앰뷸런스를 불러놓는 답니다.
연극인으로서 와닿는 것이 많아요.
우리는 그에 못미치기때문에 넘어서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극단 ‘미션’, ‘애랑’ 그리고 ‘놀이와 축제’

진 대표가 연극을 시작한 이유는 스포츠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였다.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며 운동을 해온 그가 사회에 발을 내딛으며 한 결심은 운동에 대한 열망을 영화배우로 풀자 였다.

연기 수업을 받기위해 찾아간 곳이 극단 엘간토다.

배우로 입단을 한다. 차츰 연극에 빠져든다.

이왕 연극의 길을 선택했으므로 의미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결성한 것이 극단 ‘미션’이다.

“배우들과 신포동 곰다방에 모여서 극단 출범을 결의했어요.
첫 작품이 시민회관에서 올린 성극입니다.
이후 전국 무대를 돌아다녔죠.”

문화와 종교 결합에 대해 배우들이 점차 부담스러워했다.

극단 ‘애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창단한다.

소극장을 열면서 극단 ‘놀이와 축제’를 띄우기 전까지 오랫동안 애랑은 그를 드러내주는 극단으로 자리해왔다.

“성극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어요.
애랑을 성극 전문극단으로 부활시키려고 준비중입니다.
작품 ‘마리아’를 집필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올렸다.

때론 배우로 때론 연출자로 달려왔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1차적으로는 연극을 잘 모르기때문에 완벽하게 못해서 지속적인 몰입이 필요했던 거죠.
또 하나, 종교적인 힘이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사랑을 고백해야겠다는 희망이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치료연극이 목표

브라질의 시의원 연출가 아우그스또 보안을 좋아한다고 꼽는다.

억압받는 이들을 소재로 한 연극 창시자라는 설명이 따른다.

“절대적인 요소를 찾는 과정으로 억압받는 상황을 극으로 만들어냅니다. 연극을 통해 정책방향을 바꾸는 데까지 이끌죠.
끌리는 점은 정치연극 차원이 아니라 그가 주목하는 소재에 있습니다.”

한편으로 토론연극의 시조라고 강조한다.

“이야기를 던져놓고 관객들이 극을 풀어가도록 참여시키는 겁니다.
여기서 발전된 것이 치료연극이에요.”

진 대표가 몰두하고 싶은 것이 다름아닌 치료연극이다.

“나누는 연극입니다. ‘놀이와 축제’가 되려면 직접 참여해야 해요.
관객과 토론해서 극을 올리는 거지요.
억압받는 소재를 관객이 가져오면 이를 무대에서 실연하려 해요.
연극적인 요소를 관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 배우들이 강사로 나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전문 연극문화센터도 소극장에서 진행하려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연극을 제대로 배웠으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예술가로서 내 주제를 갖지 못한 채 그동안 흉내만 내버린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합니다.
연극을 통해 진지하게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언제나의 바람입니다.”
글·사진=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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