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나기 음식 중 국수가 빠질 수 없다.

그 중 얼음 동동 띄운 고소한 콩국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메뉴다. 우리나라에서 콩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1800년대 말에 나온 ‘시의전서(時議全書)’라는 조리서를 보면 콩국수와 깨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콩국수는 서민들이 즐겨 먹던 여름철 보양식인데 반해 깨국수는 주로 양반들이 즐겼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 할 정도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완전 단백질 식품이다.

특히 콩국의 주재료로 쓰이는 흰콩인 대두(大豆)는 오장을 보해주고 경락의 순환을 도우며 장과 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동의보감에 보면 흰콩은 ‘두시’라고 하여 울화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즉, 신경이 날카롭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콩으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양질의 단백질·지방·녹말이 배합되어 소박하면서도 별미롭고, 영양상 균형잡힌 음식이 된다. 하지만 콩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어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콩으로 청국장이나 된장, 간장 등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런 가공식품은 염분이 너무 많아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게 흠이다.

그러나 콩국 만큼은 소화 흡수도 빠르고 훌륭하며 아무리 많이 먹어도 염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콩물에 남아있는 식이섬유는 혈관을 깨끗이 해주고 변비를 예방한다.

식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성분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피부를 윤기 있게 가꿔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식품이다.

특히 콩은 미세하게 갈아 충분히 익힌 것일수록 소화흡수가 빠르다. 따라서 콩물은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면서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준다.

올해 여름은 말복까지 지난 요즘 늦더위가 한창이다. 무더운 날 힘이 없고 몸이 늘어지면 가까운 콩국수집을 찾아 시원한 콩국수부터 한그릇 먹자.

인천 송림동에 유명 체인점과는 무관한 오래된 ‘명동칼국수’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명동칼국수라는 상호를 들으면 서울의 본점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분점을 둔 유명한 체인점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집은 명동칼국수가 전국적으로 퍼지기 전부터 이미 이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 박태이씨는 초기 80년대에는 동인천 인근 화평동에서 칼국수집을 경영하다 1992년도에 송림동으로 가게를 이전하여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칼국수집에서 여름철 별미로 콩국수를 내놓는다. 이곳 역시 5월 말경부터 9월 중하순까지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실 겉으로 봐선 도무지 영업을 하는 집인지 손님은 과연 있을런지 의심이 들만한 외관이지만 ‘국수 좀 먹는다’는 인천 토박이들이게는 이미 잘 알려진 맛집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너 댓 개 놓인 홀과 제법 널직한 방이 있다. 오픈 당시부터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내부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콩국수를 시키면 좀 기다려야 한다. 반죽을 밀고 썰어 삶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소면이나 메밀면 등으로 만든 여러가지의 콩국수를 먹어보았지만 수타 칼국수면으로 콩국수를 먹어보긴 처음이다. 콩국수를 들여다보니 뽀얀 콩물 사이로 굵직굵직한 수타면이 탐스럽게 보인다.

오이 고명위로 콩가루가 한 수저 흩뿌려져 있고 얼음 몇점 띄운 아주 심플한 모양새다. 소금간 살살하여 휘휘 저어 먼저 콩국물을 들이키면 “아- 고소해~”란 탄성이 흐른다.

시원한건 두말하면 잔소리. 깨나 땅콩가루등을 많이 넣은 고소한 맛이라기보다 간단명료한 깔끔한 콩물이다. 이 고소한 콩물을 머금은 쫄깃하면서 꼬들한 면은 그야말로 최고다.

사장님의 언니가 충북 제천에서 직접 농사지어 말린 태양초로 만든 김치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먹어보면 안다. 드셔보시라!

정신없이 콩물을 들이킨후 주위를 둘러보니 이 더위에 칼국수 시키는 손님들도 꽤 많다. 맛있다는 칼국수를 찾아다니다 보면 집집마다 모양새와 조리법이 비슷비슷해보인다.

기계면과 수타면으로, 육수는 멸치나 바지락 등 국물내기의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이 집은 바지락칼국수다. 맹물과 조갯살로 낸 개운한 육수에 호박, 파, 마늘만 넣고 소금과 달걀만 넣어 반죽한 국수와 만나니 옛날식 칼국수맛 그대로다.

이집의 또 다른 별미는 돌판파전이 있다. 두툼한 이집 파전은 일본의 철판식 부침개인 오꼬노미야끼를 연상시킨다. 오징어와 홍합, 조갯살과 대파로 속이 꽉찬 파전은 솥뚜껑에서 부쳐져서 뜨겁게 달군 돌판위에 올려져 먹기좋게 적당히 잘라진 후 손님상으로 나간다.

테이블위에서 계속 뜨겁게 지글거리는 것을 보노라면 이 두터운 것을 어떻게 뒤집었을까.. 마냥 궁금해진다. 20여년 이상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는 ‘명동칼국수’에서 여름이 다 가기전에, 이 더위가 끝나기전에 여름 별미 보양식 콩국수 한 그릇은 어떨런지.

※찾아가기
상호 : 명동칼국수
주소 :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동 70-12
문의 : 032-764-1290
11:30~20:00 일요일 휴무
송림동 가게가 위치한 곳은 주차하기가 수월치 않다. 점심에는 붐비는 편이고 저녁시간은 여유롭다. 다만, 비교적 이른 8시에 문을 닫으니 참고해둬야 한다.

인천맛집멋집= cafe.daum.net/inchonjoa
글·사진=김가 http://blog.naver.com/fluore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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